경제 전문가들은 24일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 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의 공포감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3분기 성장률이 3%대로 추락했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실물경제가 양호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회수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시장의 출렁임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불안의 단초가 된 외국인 주식 매도세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고 구제금융이 본격 투입되는 11월 이후에나 주춤해질 것으로 봤다.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에 해서는 묘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부가 금리인하, 유동성공급 등 구체적인 `카드'를 쏟아내기보다는 정책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

우리나라의 3분기 성장률이 3.9%로 나왔는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크게 나쁜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우려가 나오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이슬란드, 파키스탄처럼 긴급조치를 내놔야 하는 국가군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금융시장인데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한 점이 많아서 모두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불안심리를 가능한 한 빨리 없애야 한다.

시장이 워낙 많이 개방돼 있다 보니 유동성을 회수하기가 좋고 금융시장이 특히나 불안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나 뾰족한 수단이 없다.

더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놓을 수 있겠지만 강도를 높일수록 부작용도 클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금융시장의 불안에는 해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해외 여건변화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의 여건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

외국자본들이 국제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자금을 회수한다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고 여기에 편승하는 일부 투기자본 등이 불안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미국의 금융불안은 새 대통령이 확정되고 경제 정책의 방향이 확정되면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의 이탈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고 자금 환수 차원이므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급속히 환류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게 시급한데 이를 시장에만 맡겨두기는 어렵다.

정부가 투매 심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줘야 한다.

투자자들도 중장기적인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보고 신중히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외국인이 계속 팔고 나가면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 같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실제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봐야 한다.

2천500억 달러가 집행되는 등 어떤 계기가 생기면 미국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금융위기의 진원인 미국이 진정돼야 하는 만큼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혼란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중국, 유럽 등 경제가 얼마나 나빠질지, 실물경제의 추이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 방안이 좋은 것인지 확신이 없다.

오리무중이라 판단이 어렵다.

◇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경제는 8월에도 하강하고 있었는데 미국발(發) 악재가 터지면서 타격이 더 커졌다.

문제는 회복될 기운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내년에는 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국의 경제도 어려워지면서 수출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에 들어서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큰 위기 이후에 경기가 회복하는 데에는 적어도 4~5년이 걸린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기도 어렵다.

증시 투자자에게 4~ 5년은 너무 멀다.

게다가 해외 언론 등을 통해 한국의 위기는 과장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주가를 끌어올릴 대책을 내놓기도 어렵다.

◇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

환율이 오르는 데에는 달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지표상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등 달러 유입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각종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은행간 자금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즉 원화유동성은 신용경색에 가깝다.

돈을 풀었는데도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신뢰가 깨졌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은행이 부실하지 않다는 점을 시장에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증시 역시 실물 쪽 우려보다는 금융시장 쪽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1,000선 밑에서는 가치평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