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회사 측과 10년간 일하고 그 전에 전직하면 10억원을 물기로 체결한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D사가 김모(45)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물어줄 필요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01년 1월 D사에 입사해 사측과 영업비밀 보호 계약을 체결하면서 10년간 일하고 그 이전에 퇴사하면 10억원을 배상하기로 약정을 체결했다.

사측은 김씨를 2001∼2003년 11차례에 걸쳐 모두 243일 동안 일본에 있는 기술제휴사에 보내 연수를 시켰음에도 2004년 1월 사직서를 내고 다음 달 M사에 취업하자 약정금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약정이 영업비밀 침해를 방지하는 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기술제휴 과정상 2004년부터 제품이 양산돼 10년 전직 금지 기간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구 근로기준법 제27조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를 근거로 들어 김씨와 사측이 체결한 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정 내용이 계약기간 만료 전 퇴직 시 근로자의 훈련ㆍ연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측에 상환키로 하는 정도라면 근로기준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이 사건처럼 계약기간을 위반하기만 하면 사측에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묻지 않고 미리 정한 금액을 물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