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곳 쓰러져야 구제책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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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악성괴담에 건설업계 몸살
쏟아지는 악성괴담에 건설업계 몸살… 대형업체까지 시달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사 중 한 곳인 A건설사가 화의신청을 한다는데 사실입니까? 대형사 B사가 지난달 직원들 월급을 못줬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건가요?"
건설업계가 '악성 괴담'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돌았던 '어디가 어렵다더라,어디가 사옥을 판다더라' 수준의 '카더라' 통신식 루머가 증권가 '찌라시'를 등에 업고 대형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웠을 때에도 멀쩡한 대기업이 헛소문의 대상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며 "특정 음해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16일 증권가 및 건설업계에는 현금 많기로 소문난 A사가 법원에 화의신청을 한다는 헛소문이 퍼졌다. 소문은 빠르게 꼬리를 물고 퍼져 A사 홍보팀은 하루종일 소문 진화에 진땀을 빼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일 3분기 실적발표가 나오면 대번에 거짓으로 밝혀지게 될텐데 헛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름난 대형사 중 한 곳인 B사도 최근 직원 월급이 밀렸다는 헛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B사 아파트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최고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현금 보유잔액만 2700억원에 달하는 우리 회사에서 월급을 못주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일축했다.
중견사를 대상으로 한 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경기 용인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 중인 C사는 최근 사업장 내 시행사가 파산해 'PF 지급보증액'을 떠안게 됐다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있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사가 도산했다는 것은 정말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당장 알아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 왜 소문으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밖에 '현금 마련을 위해 사옥을 매각한다. 회장이 사업에 관심이 없어 지분 매각을 위해 회사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특정 간부 이상 희망퇴직 실시했다'는 식의 중견사 루머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중견 D사 관계자는 "가끔 아침에 회사가 1차 부도난 것이 맞냐는 확인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울화통이 치민다"며 "소문이 사실로 둔갑하면 정말로 회사가 쓰러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괴담이 난무하는 이유로 정부의 구제책을 하루라도 빨리 이끌어내기 위한 업계 일부 세력의 계산된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구제책이 나오려면 말로만 어렵다는 이야기보다 실제로 업체 몇 군데는 쓰러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당연히 내가 아닌 다른 회사가 쓰러져 줘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가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보증 업무를 맡고 있는 건설공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소문이란 게 일정 부분 사실이 담겨져 생산되지만 전파되는 과정에서 왜곡되기 십상"이라며 "이익을 못내는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당연한 시장경제 원리지만 악의적 소문으로 인해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흑자부도를 맞는 억울한 기업이 생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사 중 한 곳인 A건설사가 화의신청을 한다는데 사실입니까? 대형사 B사가 지난달 직원들 월급을 못줬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건가요?"
건설업계가 '악성 괴담'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돌았던 '어디가 어렵다더라,어디가 사옥을 판다더라' 수준의 '카더라' 통신식 루머가 증권가 '찌라시'를 등에 업고 대형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웠을 때에도 멀쩡한 대기업이 헛소문의 대상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며 "특정 음해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16일 증권가 및 건설업계에는 현금 많기로 소문난 A사가 법원에 화의신청을 한다는 헛소문이 퍼졌다. 소문은 빠르게 꼬리를 물고 퍼져 A사 홍보팀은 하루종일 소문 진화에 진땀을 빼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일 3분기 실적발표가 나오면 대번에 거짓으로 밝혀지게 될텐데 헛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름난 대형사 중 한 곳인 B사도 최근 직원 월급이 밀렸다는 헛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B사 아파트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최고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현금 보유잔액만 2700억원에 달하는 우리 회사에서 월급을 못주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일축했다.
중견사를 대상으로 한 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경기 용인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 중인 C사는 최근 사업장 내 시행사가 파산해 'PF 지급보증액'을 떠안게 됐다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있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사가 도산했다는 것은 정말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당장 알아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 왜 소문으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밖에 '현금 마련을 위해 사옥을 매각한다. 회장이 사업에 관심이 없어 지분 매각을 위해 회사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특정 간부 이상 희망퇴직 실시했다'는 식의 중견사 루머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중견 D사 관계자는 "가끔 아침에 회사가 1차 부도난 것이 맞냐는 확인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울화통이 치민다"며 "소문이 사실로 둔갑하면 정말로 회사가 쓰러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괴담이 난무하는 이유로 정부의 구제책을 하루라도 빨리 이끌어내기 위한 업계 일부 세력의 계산된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구제책이 나오려면 말로만 어렵다는 이야기보다 실제로 업체 몇 군데는 쓰러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당연히 내가 아닌 다른 회사가 쓰러져 줘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가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보증 업무를 맡고 있는 건설공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소문이란 게 일정 부분 사실이 담겨져 생산되지만 전파되는 과정에서 왜곡되기 십상"이라며 "이익을 못내는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당연한 시장경제 원리지만 악의적 소문으로 인해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흑자부도를 맞는 억울한 기업이 생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