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추가부담액 2~3억, 한강 조망 가구수 늘어나 장기적으론 재산가치 상승

서울 용산구 이촌동 렉스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가 녹지 공원 등 공공용도로 사업부지의 25%의 땅을 내놓으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시는 층수를 완화해주겠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서울시 방침을 따를 경우 건축비가 올라가고 대지지분 감소로 재산가치가 하락해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조합은 서울시 의견에 따르는 것을 전제로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재건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은 오세훈 시장의 시정 철학을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오 시장은 문화,디자인,관광 등 소프트 분야에 관심이 많다. 역점 사업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서울시는 이런 오 시장의 방침에 따라 한강변 종합 경관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계획은 한마디로 한강변 건축물의 외관 디자인을 수려하게 꾸미는 작업이다. 더불어 재건축 조합에서 기부받은 땅에 녹지와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한강변 건축물의 가치는 높아진다. 하지만 한강에 접해 있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투자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시의 요구대로 층수를 높이고 건폐율을 낮출 경우 한강을 볼 수 있는 가구 수가 더 늘어난다. 한강 조망권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거래되는 아파트의 가격 동향을 살펴볼 때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지난해 말 분양한 마포구 하중동 한강 밤섬자이(옛 서강주택 재건축) 162㎡의 경우 한강 조망권이 있는 동의 조합원 분양가는 다른 동보다 6000만원가량 높았다. 현재 프리미엄은 이보다 훨씬 높은 3억원가량으로 훌쩍 뛰었다. 삼성동 아이파크 역시 한강 조망권에 따라 같은 크기라도 집값이 5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용산구 이촌동 GS한강자이 바로 옆에 자리잡은 한강맨션의 가치를 따져보자.1971년 준공된 이곳은 5층짜리 23개 동,총 660가구다. 이촌동 내 재건축 단지 중 가장 큰 규모다. 122㎡(37평)형의 현재 시세는 14억~15억원 선.재건축한 뒤에 배정받을 아파트는 공급면적으로 178㎡(54평)형이다.

현재 조합원 분양가는 3.3㎡(1평)당 2000만~2500만원 선으로 추정된다. 조합원 분양가에 지분 평가액을 빼면 추가로 분담해야 할 금액이 계산된다. 여기에다 기부채납 비율을 높이는 대신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지을 경우 건축비가 약 30~50% 더 든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계산해 보면 초고층으로 지을 때 122㎡(37평)형을 받은 조합원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2억~3억원 선이다. 총 투자비용은 16억~17억원 정도다. 인근 GS한강자이 178㎡(54평)형 현재 가격이 19억~22억원 정도여서 2억~3억원가량의 이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제 겨우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 단지가 실제 재건축이 되기까지 앞으로 3~4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

이진영 닥터아파트 팀장은 "한강변 재건축은 장기적인 보유 가치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대출 규제로 인해 매수세가 거의 없어 철저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