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경기에는 시간차 공격이 있다. 시간차 공격이란 수비수들이 공격 시간을 예상하고 블로킹하는 것보다 빠르거나 늦게 공격하는 방법을 말한다.

금융불안이 깊어질수록 각국 정부의 강도높은 추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증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시간차 공격을 당하는 모습이다.

뉴욕증시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FRB가 기업어음(CP) 매입을 발표했지만 금융위기 확산 우려로 폭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동반 금리인하 등 글로벌 정책당국의 공조가 예상되는 데다 오는 29일 있을 미국 FOMC회의에서의 금리 인하폭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융구제책과 증시부양책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금융위기는 어떤 방식으로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금융위기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고 이는 주가 낙폭을 제한할 것"이라며 "실제 금융위기가 진정된다면 이는 글로벌 경기에 긍정적이지만 다만 그 긍정적 효과가 얼마만큼일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동시 금리인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유동성 공급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아무리 달러를 공급해도 유동성 순환이 안돼 나타난 금융기관의 동맥경화 현상은 역경매를 통한 구제금융이 추진되면서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제금융과 미-유로의 동시 금리인하가 단행된다면 적어도 지금의 무기력 상황과는 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서 9.11 테러직후 이뤄진 각국의 금리 인하 공조와 유동성 긴급공급을 뽑을 수 있다"며 "현국면의 심각성에 대한 각국 통화당국의 공통된 입장과 공조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시처럼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의 투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처럼 적극적인 글로벌 경기부양 공조화는 향후 주가바닥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경기부양책 투입 후 주가 반응까지의 시간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곽 연구원은 "9.11테러 직후 투입된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저점확인에는 약 10일 정도 소요됐다는 점을 본다면 현재의 여러가지 경기부양책과 주가반응간의 정책시차는 일정부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과 싸우기 위해서는 냉정함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환율변수도 결국 공포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기 추세가 과열권에 진입하면서 향후 급등세는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책과 주가의 시간차 공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투자자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