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토대로 적극적 인수합병
세계금융시장 총아로 부상


유럽 변방의 지방은행에 불과했던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이 전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대출 방식과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슈피겔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가운데 시가총액에서 이미 유로존 최대 은행으로 부상한 산탄데르 은행이 세계경제 위기의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스페인 북부 산탄데르항에 본점을 둔 이 은행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걸쳐 사업을 다각화한 덕분에 경쟁자들을 추월해 빠른 속도로 항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탄데르의 힘'은 최근 수개월 사이 유럽 전역에서 위기에 빠진 금융기관들을 잇달아 먹어치우면서 뚜렷이 입증됐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모기지업체 브래드포드 앤드 빙글리(B&B)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하자 산탄데르 은행은 재빨리 B&B의 소매금융 부문을 10억9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수일 전에는 22억4천만달러 규모인 영국 '얼라이언스 앤드 레이세스터'은행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산탄데르 은행은 2004년 164억 달러에 매입한 애비 내셔널까지 합칠 경우 영국 개인대출시장의 13%를 장악하게 됐다.

독일에서는 도이체 포스트의 자회사인 포스트방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 급성장하는 남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올해 146억달러로 추정되는 순익의 3분의1을 남미 사업에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슈피겔은 "산탄데르의 부상은 역설적으로 스페인 중앙은행이 구조화 신용투자를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증권화 자산에 손을 댈 수 없었던 산탄데르 은행은 결과적으로 서브프라임 위기의 태풍에서 멀리 벗어나 있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탄데르는 대신 전통적인 소매금융에 집중해 전체 매출 중 소매금융 부문의 비율이 85%에 달한다.

에밀리오 보틴 행장은 지난 22일 '얼라이언스 앤드 레이세스터'은행 인수를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좋은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사실 1980년대 중반까지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스페인의 지방은행이었던 산탄데르 은행의 눈부신 발전은 보틴 행장의 행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는 행장한 취임한 1986년부터 적극적인 인수 정책을 펼친 끝에 1999년 센트럴 히스파노 은행 인수를 통해 산탄데르 은행을 스페인의 리딩 뱅크로 올려놓았다.

산탄데르 은행은 이어 애비 내셔널 인수로 유럽의 선두은행 반열에 올랐다.

보틴 행장은 이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우 신중하고 치밀한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항상 기존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자산만을 사들였고 은행의 재정균형에 영향을 미칠만한 인수는 포기했다.

슈피겔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순수한 의미의 투자은행으로서 사업을 포기한 상황에서 이제 다른 금융기관들은 소매금융 위주인 산탄데르 모델을 베끼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산탄데르 은행도 이번 금융위기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금융기관들이 겪는 것과 같은 문제에 봉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