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성 신장결석 아동 1만4천516명 확인
우주유영 계기 언론관심 떨어져

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파동의 진원지인 중국은 파동을 진화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유제품의 조사 결과 더 이상 멜라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멜라민 분유로 인한 새로운 환자 숫자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 멜라민 파동의 진원지인 허베이(河北)성에서 신장결석에 걸린 어린이가 1만5천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선저우(神舟) 7호'의 발사 성공을 계기로 멜라민 파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비중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또 금융 당국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제품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파문을 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진 양안(兩岸) 관계를 감안해 대만과 식품 안전에 관한 대화채널과 상호 통보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허베이성 신장결석 아동 1만5천명 확인…당국은 파동 진화로 급선회 = 허베이일보는 허베이성 전체의 병·의원에서 검사한 어린이 130여만명 가운데 1만4천516명이 신장결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입원 치료를 받은 어린이는 1천675명이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국가질검총국은 지난 24일 이래 전국에서 유통되는 763개의 유제품을 샘플 조사한 결과 더 이상의 멜라민 성분 검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28일 발표했다.

앞서 질검총국은 27일에도 액체 상태의 우유와 요구르트 등 47개 브랜드의 269개 샘플을 조사한 결과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중국 위생당국도 멜라민으로 인한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번 멜라민 파동을 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나섰다.

천주(陳竺) 위생부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9월 이후 새로운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의 숫자가 입원한 환자의 숫자를 넘어섰고 중환자 숫자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천 부장은 이는 전국의 4천500개 의료기관이 어린이 환자에 대한 진료에 주력하고 예방과 검진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 언론 관심도 멀어져 = 이번 파문에 대해 이례적으로 중국 당국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던 중국 언론들의 관심도 25일 선저우 7호 발사를 계기로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25일 이후 중국 언론들은 주요 지면을 선저우 7호의 발사와 자국 최초의 우주유영, 무사귀환 등 우주선 발사 관련 내용으로 장식했고 멜라민 파동에 대한 보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29일 현재 인민일보, 신경보 등 주요 신문들의 지면에는 선저우 7호의 무사귀환이 주요 뉴스로 크게 다뤄져 있다.

포털 사이트도 사태 수습을 원하는 중국 당국이 발표한 환자와 멜라민 분유가 검출됐다는 기사 등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선저우 7호가 발사되기 전까지는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는 멜라민 유제품에 대한 각종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는 '여론 통제국'인 중국에서 당국이 파문을 수습하려는 국면으로 선회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영 신화통신은 사설에서 "중국의 유제품 회사들은 우주유영에 성공한 선저우(神舟) 7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멜라민 파동을 선저우 7호에 빗대 우회적으로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 유업체에 금융 지원 = 금융당국도 파산 위기에까지 처한 유제품 제조업체들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통지를 발표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유업체들의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합리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라고 상업은행들에 지시했다.

실제로 싼루(三鹿)사의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유제품 제조업체들은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고 자금 압박까지 가중되면서 일부 기업은 도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이 민족기업이라고 자부한 업체들에서 멜라민의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를 외면하는데다 외국 브랜드가 '무주공산'인 중국 장에서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유제품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 中 대만과 식품안전 대화채널 구축 = 이번 파문을 계기로 중국은 대만과 식품 안전에 관한 대화채널과 상호 통보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의 주도로 양안(兩岸)의 식품위생 검역 전문가들은 28일 베이징에서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해협회 이사이자 중화의학회 이사인 왕리지(王立基)는 "양안의 전문가들이 식품안전문제애 대한 대화채널을 구축하고 안전문제가 발생할 시 상호 통보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합의했다"면서 "두 기관이 주도하는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양안 간에 식품위생 및 검역당국이 직접적인 업무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각자 연락관을 지정해 이 제도를 조속히 운영할 방침이며 전문가들의 교류와 상호 방문시스템도 구축해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심층 토론도 진행할 계획이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