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이후 하락폭 커져

서울 집값이 세제와 전매제한 완화 등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맥을 못추고 있다.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 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지역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올 들어 상승세를 지속했던 강북 집값도 약세다.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그리고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금융 허리케인'까지 터져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덮어버린 결과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이번 주 0.06% 떨어져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올 들어 가장 큰 폭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이달 둘째주까지는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지난주 초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9월15일)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값 하락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버블 세븐'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강남구는 0.13% 떨어져 지난주(-0.10%)보다 내림세가 더욱 가팔라졌으며 목동이 있는 양천구도 0.16% 내려 지난주(-0.15%)에 비해 하락폭이 커졌다. 강남구 대치동 '현대1차' 105㎡(32평형)는 8억5000만원에서 8억2500만원으로 1주일 새 2500만원 떨어졌으며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2단지 66㎡(20평형)는 4억1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3000만원 하락했다. 송파구(-0.09%)와 서초구(-0.03%)는 내림폭이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약세다.

강북권도 내림세로 돌아서는 추세다. 노원구는 이번 주 0.1% 떨어져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성동구(-0.06%) 성북구(-0.05%) 광진구(-0.04%)도 내렸고 도봉구와 중랑구는 보합세를 보였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힘들어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금융 경색으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고금리에 따라 현금 보유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을 이사철인데도 전세가격까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4% 떨어진 데 이어 이번 주에는 0.03% 하락했다. 이는 집주인과 수요자 모두 현금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시장 침체의 요인으로 꼽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양도세 과표 조정이나 종부세 개편안 등 상당수 대책이 법을 개정해야 하는 데다 종부세의 경우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와 난항이 예상된다"며 "정부 정책이 실제 시행을 앞둬야 약발이 먹힐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