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상가 지분쪼개기' 규제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30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시행하면서 조례 시행일 이전 해당 건축물에 주민등록을 전입했거나 전기.수도요금이 가정용으로 발부된 사실을 증명할 경우에만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즉 7월30일 전까지 해당 건축물에 대한 준공을 마쳐야 하고 이후에도 계속 거주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이 조례로 명문화되지 않고 조례에는 '사실상 주택이더라도 재개발 계획 초안을 인가받았거나 향후 재개발 때 특정 시점(관리처분)까지 무주택자라면 분양권 허용'이라는 문구만 들어 있다.



게다가 개정된 조례의 부칙(경과 규정)에서 사실상 주택을 종전의 조례에 따라 해석하도록 돼 있어 '지분쪼개기용 근린생활건물'을 사들였던 사람들이 대거 구제받을 수도 있다.

지분쪼개기용 근린생활시설 건물은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로 용산.성동구 등 강북권 재개발 예정지에서 우후죽순으로 공급돼 부동산 투기논란과 함께 해당지역 재개발사업 추진에 큰 장애요인으로 떠올랐다.

급기야 서울시는 지난 7월 말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선의의 기존 투자자를 구제할 목적으로 마련된 경과 규정이 구제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아 혼란을 불렀다. 이 같은 문제가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 서울시가 보완책을 내놓기로 한 것.이렇게 되면 기존 투자자가 모두 구제됨은 물론 지금이라도 보완책 마련 전까지만 지분쪼개기를 하면 정상적인 아파트 분양권이 나오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의 입법 실수가 불법 건축업자,투기세력에게 투기를 용인해 주는 꼴이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개정된 조례의 문구가 명확하지 않아 담당 공무원들도 헷갈린다"며 "연말까지 다시 조례 수정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쯤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전 조례에 따르면 관리처분(땅,주택 등 자산평가) 시점에서만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받을 경우 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재울뉴타운,신길뉴타운,옥수12구역,금호17구역 등 각종 재개발,뉴타운지역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분양권을 취득한 사례가 총 100여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W법률사무소의 김모 변호사는 "서울시가 사실상 주택에 대한 요건을 강화할 목적이 있었다면 이를 조례를 통해 명문화하는 게 맞다"며 "개정된 현행 조례의 문구를 엄밀히 해석할 경우 법적 소송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지분쪼개기 근린생활시설

재개발구역에서 향후 지어질 아파트에 대한 입주권을 노리고 세탁소,슈퍼마켓 등 생활편의용 점포들만 입주할 수 있는 상업용 건물인 근린생활시설(근생)을 주거용으로 불법 용도변경한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