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제도 개선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발표된 개선안은 연금 보험료를 향후 4년간 단계적으로 27% 인상하고 연금액은 단계적으로 최고 25%를 줄이는 게 골자다. 얼핏 보기에는 더 내고 덜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공무원들의 기득권을 온전히 유지시켜 준,개혁의 시늉만 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연금보험료가 인상된다고 하지만 매년 찔끔찔끔 오르는데다 10~20년 재직한 공무원들이 받는 연금은 고작 6~8% 정도 줄어드는 데 불과하다. 대신 앞으로 공무원이 될 사람들은 30년 근속할 경우 현재보다 25% 적은 연금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이번 개선안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내고 받는 것은 거의 그대로인,개혁 취지조차 의심스럽게 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선 이유가 심각한 연금재정 적자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정부 보전금 규모는 2004년 170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약 1조3000억원,내년에는 2조원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개편안에 따르면 보조금 규모는 처음 몇년간만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뿐 2012년 이후 다시 급증하기 시작, 2018년엔 6조원가량으로 엄청난 규모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부담액을 찔끔 올리는 식의 개편안이 중장기적으로 연금재정 개선에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개편안은 공무원 노조단체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다 보니 연금재정 개선은 달성하지도 못한 채 공무원들의 기득권만 지켜주고 대신 미래의 공직자들에게만 부담을 떠넘기는 무늬뿐인 개혁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실제 내년 임용될 공무원은 20년 근속자가 10년 후 퇴직했을 때와 비교하면 기대수명을 감안,총 2000만원가량 보험료를 더 내지만 연금은 1억4000만원 덜 받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보다 부담은 많이 늘리고 수령액은 크게 줄이는 좀 더 과감한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는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손질된 국민연금과의 형평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금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관철(貫徹)시켜야 할 과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공무원연금에 국민의 혈세를 마냥 쏟아부을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