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999년 은행감독 권한을 내놓은 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 16명의 의원들이 지난 7월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시중은행은 물론 지급결제망에 참가한 모든 금융회사들에 대해 실질적인 검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지급결제망에 참가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실지 조사권을 한국은행에 부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야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개정안이긴 하지만 한국은행이 '개정안 통과'를 조건으로 해서 보험사 등의 지급결제망 가입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 데다 최근의 국제 금융 위기로 인해 국회 내에서도 검사권 찬성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으로서는 1999년 1월 은행ㆍ증권ㆍ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의 출범 이후 만 10년 만에 독자적인 검사 권한이라는 실지(失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급결제의 안전성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금융회사의 여신 건전성을 포함해 경영 전반을 따져볼 수 있다는 얘기 아니냐"며 "한은 위상을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년 2월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들도 지급결제망에 들어오고 보험사도 조만간 들어올 예정이어서 한국은행은 1ㆍ2금융권 전반에 대한 검사 권한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업무 중복을 우려하는 금융감독원은 불편한 기색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은이 국가의 기간전산망인 지급결제망을 담보로 해서 금융회사 전반에 대한 조사권을 갖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