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군사력 재무장 강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11일 "러시아는 제국적 야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가질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푸틴 총리는 이날 러시아 흑해 연안 소치에서 열릴 한 외교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런 말은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방과의 신(新)냉전을 두려워할 만한 어떤 구체적 실체도 없다"면서 "현재는 소위 신냉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대립 상황이 아니며 함께 해결해야 할 많은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은 이번 그루지야 사태에 대해 러시아가 제국주의적 야망을 통해 유럽의 지도를 다시 그리려 한 것이라며 러시아를 공격, 신냉전 조짐이 조성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푸틴 총리는 "구 소련 연방 국가들의 주권을 침해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를 침공했기 때문에 러시아는 그루지야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이날 9.11테러 7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면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은 군사적 모험을 시도하는 `부패한(rotten) 국가'와 협력하는 것보다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특히 "그루지야의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재무장에 최우선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국가두마(하원)에 출석, 현대적 군사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며 국방력 증강을 위한 추가 예산 편성을 주장했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그루지야 전쟁에서 러시아 전투기 7대가 격추됐으며 2명의 조종사가 포로로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은 압하지야의 세르게이 바갑쉬 자치영토 지도자는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영토로 합병할 계획이 없다"고 일부에서 제기된 합병설을 부인했다.

그는 "합병이 아니라 러시아-벨로루시 연합 정부에 가입을 원하며, 독립국가연합(CIS) 일원이 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벨로루시는 1996년 협정을 맺고 정치, 경제, 군사적 연대를 강화해 궁극적으로 통합 국가를 세우기로 했으나 이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협상이 지연돼 왔다.

그런가 하면 에두아르드 코코이티 남오세티야 자치 영토 지도자는 이날 "러시아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몇 시간 뒤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을 연출, 서방의 웃음거리가 됐다.

남오세티야는 독립 이후 인접 러시아 영토인 북오세티야와 합칠 것이라는 설이 꾸준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폴란드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남오세티야는 러시아의 일부가 되기를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