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저 91파운드 너무 적어"

최근 영국에서는 성폭행이나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 재판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대다수 법정 변호사들이 이들 사건의 수임료가 너무 적다며 업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영국 법률서비스위원회(LSC)가 제시하는 강력사건 수임료는 왕실 고문변호사 기준 시간당 91~145파운드(약 17만5천~28만원).
서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변호사들은 `쥐꼬리만한' 수임료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건을 수임해도 최소 두 배는 받을 수 있으며, 상법 사건의 경우에는 수임료가 시간당 최대 500파운드(약 97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영국 법률가협회의 피터 로더 회장은 "각종 비용과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수임료 91파운드 가운데 변호사가 손에 쥐는 돈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면서 "그럴 바엔 차라리 배관공 일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다 보니 전체 2천300명의 변호사 가운데 강력 사건 담당을 지원한 변호사는 100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 이 때문에 지난해 영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11세 소년 라이스 존스 살인사건 등 상당수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해당 사건의 피고를 석방해야한다는 점이다.

피고를 구류 중인 재판의 경우 최장 112일까지만 지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법무부는 10일 변호사들의 수임료 투쟁 때문에 재판을 지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적당한 경험을 갖춘 사무 변호사(법정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서 재판 사무를 취급하는 하급 변호사)를 고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로더 회장은 "성폭행이나 살인사건 등을 다루는 복잡미묘한 재판에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를 고용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법정 변호사가 강력 사건을 맡지 않는다면 형사재판 체계의 명성에도 금이 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묘정 기자 m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