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 법원사..군사정권시대 '잘못된' 판결 반성

대법원이 사법부 60주년 기념 법원사를 편찬하며 군사독재 시대에 행한 `부끄러운' 과거사를 정리한다.

10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대법원은 올해 말 발간을 목표로 사법부의 지난 60년을 되돌아보는 `역사 속의 사법부(가칭)' 편찬을 준비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사법 60주년 기념사업 기획 추진단을 발족하며 법원사 발간 계획을 구체화했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자료 수집과 편찬에 들어갔다.

올해 7월에는 사법부의 역사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역사편찬위를 구성했고 집필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관심은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 내용이 포함되는지 여부.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26일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신시절 등 암울한 시기의 사법부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당시 판결 경향에 대한 내부조사를 해서 적당한 시기에 발표하겠다"며 과거사 진상 규명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유신 및 군사정권 시절 벌어진 시국ㆍ공안사건 가운데 불법구금과 고문 등 재심사유가 있는 사건 224건을 추려내며 과거사 정리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과거사 정리작업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은 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특히 사법 60주년 기념 `역사 속의 사법부(가칭)'를 발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법원사(史) 발간을 통해 과거사를 정리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대법원은 `현재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과거사 정리 의지를 의심케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법원사를 통해 군사정권 시대에 법원이 행한 `잘못된' 판결에 대해 언급하고 반성하기로 하는 등 과거사를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매듭을 짓고 넘어가겠다"며 "계속해서 과거사 논란에 대한 꼬리표를 달고 갈 수 없는 만큼 `역사 속의 사법부'를 통해 60년 역사를 총체적으로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역시 8일 국회법사위원회에 출석해 "법원이 지난 60년의 자취를 되돌아보는 사적을 정리하고 사료집 또는 백서를 발간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과거사에 관한 부분이 언급되고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재심 사건 224건 가운데 과거사 규명을 위해 빠질 수 없는 사건과 판결문 등을 선별하는 한편 당시 판결의 의미와 사회적인 영향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또 개별 사건을 특정해 반성을 할지 아니면 총론적인 반성만을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기관 입장에서 다른 판사의 판결에 대해 판단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며 "역사편찬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과거사 정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