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2지구 예정지.대모산 자락에 위치한 18만㎡ 규모의 이곳은 수십년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도심 속 전원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보상을 노리고 급조한 듯한 비닐하우스가 빼곡했고 군데군데 갓 심은 유실수도 꽤 눈에 띄었다.

이곳은 1991년 택지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수서1지구와 바로 붙어 있다. 기존 수서1지구는 아파트 1만6244가구 중 4개 단지,7910가구가 영구임대주택으로 건립됐으며 이는 강남구 내 임대주택(8202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강남 속 강북'이라는 피해의식을 달고 산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3월 대모산 일대 그린벨트를 풀고 1700가구(임대 1133가구 포함)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 일대 주민들은 그동안의 울분을 한꺼번에 표출했다.

한 주민은 "임대주택 단지에 사는 학생들이 주로 가는 학교가 세종고인데 이곳은 교육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하다"며 "임대주택 위주의 수서2지구가 또 들어설 경우 이 일대 교육환경이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또다른 주민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옆에도 2개 동을 지을 만한 유휴부지가 있는데 왜 거기는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느냐"면서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올 당시에는 참았지만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이 같은 우려는 집값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수서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동일아파트 102.3㎡의 경우 지난 봄 8억~9억원 하던 매매시세가 지금은 7억원도 안 간다"며 "임대아파트가 생기면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매물도 쌓이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이날 국토부는 이곳에 임대주택 단지 조성 사업을 계속 추진할 뜻을 재확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서2지구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복지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해당 지역 주민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향후 협의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아직 열지 못한 주민설명회를 강남구와 협의해 일정을 잡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연내 사전환경성 검토를 거친 뒤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그린벨트 해제 및 지구 지정안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호기 기자/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년)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