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양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 코스피지수가 5% 넘게 급등(急騰)하는 등 대부분 아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올랐다. 원ㆍ달러 환율은 무려 36원40전 내려 1081원40전에 마감됐고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앙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주택시장의 최대 부실 요인이 제거된 만큼 시장 심리가 안정된 탓이다. 특히 '9월 위기설'로 출렁이던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급속히 안정세를 되찾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미 정부가 불과 6개월 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긴급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또 다시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에 나선 것은 미국 주택시장 침체의 여파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모기지 연체율이 급증, 금융권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적절한 시기에 나온 것으로 우리로서도 반길 만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 '9월 위기설'의 몸통이랄 수 있는 외국인 보유 국고채 6조원가량의 만기가 당장 내일과 모레 이틀간 집중돼 있다. 물론 상당 부분이 재투자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혹시라도 일시에 외자가 빠져나갈 경우 시장이 다시 소용돌이칠 수도 있다.

급증한 가계 대출과 이의 부실 가능성도 우리 경제에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경상수지 적자 역시 수출 증가세 둔화(鈍化)와 맞물려 실물 경기를 짓누를 가능성이 크다. 물가불안도 여전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됐다고 해서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정확하고 신속하게 시장정보를 제공, 위기설 등이 부동산이나 금융,건설업계 등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기세력을 면밀히 감시, 이들이 불안안 시장심리를 이용해 불법적인 주식 공매도나 원화 차입 등을 통해 금융 및 외환시장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장 안정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한 만큼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