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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바람기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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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의 바람기도 유전된다는 설이 힘을 얻게 생겼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유전자 334'를 찾았다는 것이다. 바소프레신은 상대와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요소로 부족하면 바람둥이가 되는데 그 원인을 제공하는 게 특정 유전자란 얘기다.

    어쩌면 결혼 전 상대의 유전자를 확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올지도 모른다. 성질 급한 혹자는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을 들먹이며 "그것 봐라.부전자전이라니까" 할 수도 있다. 아버지의 외도에 따른 어머니의 한숨에 질려 바람의 'ㅂ'자만 들어도 진저리치는 아들들은 억울하겠지만 말이다.

    유전자의 작용은 어디까지인가. 체사레 롬브로소의 범죄인류학과 프랜시스 골턴의 우생학이 등장한 19세기 후반 이래 2차 대전 때까지 사람의 모든 능력과 행동은 유전 탓으로 여겨졌다. 그 결과 미국 등 각국에서 정신박약자의 결혼을 막는 결혼규제법과 범죄자와 정신이상자의 생식 기능을 없애는 단종법을 제정했을 정도다.

    인종에 상관없이 빵을 구걸한 대공황에 이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보면서 사그라들었던 우생학적 발상은 1950년대 초 왓슨과 크릭의 DNA구조 규명 및 각종 질병유전자 발견으로 재부상했다. 만일에 대비,젊은층은 상대가 볼 수 있도록 이마에 유전자형을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유전자의 우월성 여부에 따라 차별을 당연시하는 내용의 영화 '가타카'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닌 셈이다. 2001년 인간 게놈프로젝트 완료 이후 생물학적 결정론은 더 거세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전자 못지않게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지능지수만 해도 유전적 요인이 16점,환경적 요인이 12점가량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는 게 그 것이다. 흑인의 유전자는 열등하다는 일부 학자들의 거듭된 발표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인간의 의지는 무한하다. 자신에게 바람기 유전자가 있는지 궁금해하지 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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