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태권 숙녀' 임수정(22.경희대)은 최고의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했다.

21일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이 열린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

여자 태권도의 대들보 임수정의 마지막 상대는 동갑내기인 아지제 탄리쿨루(터키).탄리쿨루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5년 5위에 이어 지난해는 17위에 그쳤던 선수. 2005년 유럽선수권대회 챔피언이 최고 성적이었지만 얕볼 수 없는 상대였다.

임수정은 마음을 다잡았고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승리보다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자신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줬던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영웅' 문대성 선배가 경기 해설을 하며 지켜보는 것에 더욱 힘이 났다.

1회전에서 최고의 라이벌이자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챔피언 수리웬(대만)을 꺾었기에 자신감도 넘쳤다.

`나에게 적수가 없다'는 생각을 가슴 속에 아로새겼다.

하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다.

1라운드 상대의 기습 공격을 피하다 경기장을 살짝 벗어나면서 경고를 받은 것. 이어 탐색전을 펴다 소극적인 공격으로 추가 경고를 받았다.

1점 감점을 받았고 스코어 -1 대 0이 됐다.

임수정은 그러나 수세에 몰렸음에도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거센 반격으로 역전 드라마를 준비했다.

2라운드 1분여 시원한 오른발 돌려차기로 0-0 균형을 만들었고 승리를 예감한 듯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가며 공격 기회를 엿보던 임수정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3라운드 초반 상대가 경고를 받으면서 다소 소극적으로 변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것.
임수정은 종료 20초 전 기습적인 오른발 뒤차기로 탄리쿨루의 몸통을 정확하게 때렸다.

스코어 보드는 3-2로 바뀌었다.

탄리쿨루는 막판 반격에 나섰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임수정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어 기쁨을 만끽했다.

소녀 티를 채 벗지 않은 듯한 앳된 얼굴.
하지만 그는 데뷔 무대인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마침내 최고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신세대의 당당함으로 수확한 값진 태권도 첫 금메달이었다.

(베이징=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