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달러자금 조달'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당장의 '금리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조달 성공' 자체에 역점을 두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조달 비용을 고려해 미적거리다가 조달 자체에 실패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외화조달 사정 어떻기에

국내 은행들의 대규모 외화 조달은 최근 들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공모채 시장에서 지난 7일 산업은행이 32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것 이외에 대규모 조달이 모두 연기되거나 무산됐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경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시장상황 악화는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5년짜리 한국 정부채의 경우 지난 4월 말 0.66%포인트에서 20일 1.04%포인트로 뛴 상태다. 같은 만기의 산업금융채(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CDS 프리미엄은 같은 기간 0.75%포인트에서 최근 1.48%포인트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CDS 프리미엄이 뛴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채권가격은 그만큼 떨어져 발행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은 이런 와중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향후 1년간 국제금융시장이 호전될 기미가 없는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달러 이탈 방지에 나서면서 중국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다 쓴 일부 국내 금융회사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금리보다 조달이 우선"

외화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외화 대출을 죄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시중은행들의 외화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163억달러에서 지난달 말 150억달러로 13억달러나 감소했다. 각 은행은 하반기 외화대출 관리를 상반기보다 더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다.

각 은행은 외화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상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 대출액을 줄이거나 만기를 단축하고 있다. 또 수출업체의 결제 수요나 제조업체의 기계설비 구매 등 실수요를 제외하곤 가급적 외화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은행들은 다른 한편으론 여건이 되는 대로 달러를 많이 조달하는 대응책도 모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금리를 약간 더 주고서라도 외화조달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산업은행은 5년짜리 공모채의 경우 CDS 프리미엄인 1.48%포인트 외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금리를 지급하고서라도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자체 신용으로 외화조달이 어려워지자 '커버드 본드'와 같은 부동산대출 유동화채권 발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커버드 본드는 우량 부동산담보대출에다 은행의 신용을 보강해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우리은행은 올 연말까지 10억유로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도 비슷한 규모를 검토 중이다.

은행들은 이외에 평소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해외은행으로부터의 소규모 차입과 말레이시아 태국 멕시코 등 틈새시장에서의 소규모 기채 등을 통해 외화조달의 숨통을 틔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준동/이심기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