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 산업공학과를 올 2월 졸업한 최성욱씨(27)는 대학 내 학생취업지원센터에 꽂혀있던 안내 책자를 통해 한국표준협회가 운영하는 '이공계 전문기술 연수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배웠던 산업공학을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배우기 위해 이 과정에 신청했다. 최 씨는 "이론과 실무를 탄탄히 배우고 있어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연수를 마친 후 취업하면 현장에서 빨리 적응해 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강원대 전자공학과를 지난해 졸업한 김병곤씨(27)도 "사실 취업 재수를 하는 형편이지만 빡빡한 일정 속에서 기술과 이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친구들을 사귀면서 예비 사회초년생으로서 친구들을 사귀며 인맥도 넓힐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털어놨다.

한국표준협회(회장 최갑홍)가 시행하고 있는 '이공계 전문기술 연수프로그램'이 기업과 대졸 미취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수과정을 마련했는데 기업체에서 입도선매를 해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이 과정을 연수하려는 대졸 미취업자들의 경쟁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공계 전문기술 연수프로그램은 지난해까지 840명의 품질전문가를 양성해 냈다. 이 중 668명이 기업체에 취업해 81.8%라는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연수생들은 LG전자 대한항공 오리온 한미약품 등 대기업과 경신전선 대원제약 등 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병원 연구소 등 다양한 곳에서 품질분야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연수생을 채용한 기업 수도 무려 590곳에 이른다.

이공계 전문기술 연수프로그램은 높은 취업률과 우수한 수료생을 배출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연수참여 경쟁률이 첫 해인 2003년 2.9 대 1에서 지난해에는 4.2 대 1로 높아졌다. 연수과정에서 중도에 포기하는 중도포기율도 초기엔 10%로 높았으나 지난해엔 0.01%로 낮아졌다. 이는 연수생들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지난해 교육만족도는 무려 4.49점(5점 만점)에 달했다. 올해도 1차 60명, 2차 60명 등 모두 120명이 연수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벌써 20% 이상이 기업체 취업이 결정됐다.

하현표 효성중공업 생산관리팀장은 "협회가 운영하는 연수프로그램을 마친 연수자들을 채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검증된 인력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따로 신입직원을 교육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현업적응 기간도 단축하는 효과가 있어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연수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전액 국비지원으로 이뤄져 연수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또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중심형 인재교육에 맞춘 커리큘럼과 각 분야의 현직 경험자들이 강사진으로 구성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6개월 과정인 이 연수프로그램은 산업기술 전문인력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실무능력을 중심으로 강의가 이뤄진다. 연수기간 중에 품질관리담당자 자격 획득과 6시그마 그린벨트(GB)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특히 전략적 취업을 위한 실전 면접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점핑 잡'(Jumping Jop)과 기업형 인재로 거듭나기 위한 업종·직무·산업 이해에 관한 '비즈니스 루키'(Business Rookie) 과정도 운영한다. 협회 관계자는 "'점핑 업'과 '비즈니스 루키' 과정은 지난해부터 대학교 재학생용으로도 개발돼 전국의 많은 대학에서 취업교육에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인가가 좋다"고 소개했다.

한국표준협회가 그동안 연수생을 대상으로 취업 유형별 분석을 한 결과 중소기업 취업이 51%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 25%,연구기관 1%,기타(병원 특허사무소 시험연구소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기계 전자 화학 반도체 철강 등 산업 전분야에 걸쳐 취업했다. 연수생 박진서씨(28·아주대 산업공학과 졸업)는 "산업체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들이 이론 및 실무를 꼼꼼히 가르쳐 줘 기업이 요구하는 기업형 인재상 정립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연수기간 동안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배워 취업 후 산업현장의 핵심인력으로 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연수과정을 마친 연수생들은 △기업실무교육을 통한 기업현실 인식 △기업 인재상의 인식을 통한 자기계발계획 수립 △취업을 위한 정보 네트워크 구축 △이론·연구기관·해외연수기관을 통한 이력관리 △취업을 통한 기술인으로서의 위치정립 등의 효과를 얻게 된다. 산업계도 연수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채용함으로써 △신입직원 교육비용 절감 △현업적응기간 단축 △검증된 인력채용 가능 △채용비용 및 시간단축 등의 이점이 있다.

최갑홍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앞으로 이공계를 졸업한 대학생들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 연수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며 "산업사회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졸자 연수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