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의 '어드밴스드 마린테크(Advanced Marine Techㆍ암텍)'작업장.20여명의 직원들이 이달 말 외국에 선적할 소형 요트의 마무리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컴퓨터 작업시스템.설계에서 공정,성능 테스트까지 전 과정이 컴퓨터로 통제돼 작업자들이 0.1㎜의 오차도 정확히 잡아내고 있었다. 요트 무게를 3분의 1 정도로 줄인 특수재질로 마감처리를 하는 것도 이채로웠다.

이 회사의 이상홍 사장(40)은 "이런 제조공법들이 세계적인 기술로 인정받으면서 요즘 영국 이탈리아 등 요트 선진국에서 수출상담이 잇따르고 있다"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장은 "작년 매출은 40억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요트 수출이 본격화되면 80억원을 쉽게 뛰어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암텍이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국내 최초로 열린 국제보트대회인 '제1회 코리안컵매치컵대회'에서 이 회사가 제작한 'G마린호' 6척이 경주용 보트로 지정되면서부터.세계 랭킹 1위인 영국 레이스팀을 포함,세계 랭킹 20위권 12개 팀들이 2개조로 나뉘어 레이스하는 모습이 전 세계 매스컴을 통해 방영되자 덩달아 암텍도 유명세를 탔다. 참가 선수들은 "요트가 가벼운 데다 방향조절 장치가 좋다"며 "고가의 외국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1999년 설립된 암텍이 걸어온 길은 한국 요트산업 역사이기도 하다. 요트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마저 부족하던 1999년,서울대에서 조선공학을 전공한 이 사장은 요트선수 생활을 했던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경제가 발전하면 해양레저산업도 번창할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엔지니어이자 요트선수 출신들이 설계부터 생산,판매,이벤트,교육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업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업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1억∼2억원짜리 소형 요트를 국산화했지만 당시에는 구매자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요트와 보트 제작 기술력 축적에 전력을 쏟던 이 사장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2002년 미사리 경정 경기장에 경주용 모터보트를 독점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당시 해양수산부도 보급형 레저용 보트 공동제작을 요청했고 이 회사는 100% 국내 기술로 완제품을 내놨다. 이후 600여척의 보트를 제작하면서 국내에선 독보적인 해양레저선박 제조업체로 자리잡았다.

"유럽산 요트는 디자인과 성능은 좋으나 비싸고,중국산은 가격이 싸지만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술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적당한 국산의 인기가 높습니다. 기술력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디자인을 보강하고 브랜드 이미지만 높인다면 국산 요트도 명품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 세계적인 명품요트 '리바 페라리(Riva Ferrari)'를 꿈꾸는 암텍의 손길에서 한국의 해양레저산업이 한 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화성=김인완 기자 i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