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처음 나온 (박)미영이와 (당)예서에게 메달을 따게 해 주고 싶었어요. 싱가포르에 아깝게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어렵게 딴 동메달에 만족해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사냥에 성공한 `수비 달인' 김경아(31.대한항공)는 17일 일본과 탁구 여자단체 3위 결정전에서 3-0 완승을 이끌어 동메달을 확정한 뒤 마지막 3복식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미영(삼성생명)을 힘껏 껴안았다.

자신은 이미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단식 동메달을 딴 경험이 있어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후배들에게 메달을 꼭 안겨주고 싶었던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김경아는 30세를 넘은 적지 않은 나이와 지난해 결혼한 주부임에도 이번 대회에서 `맏언니'로서 역할을 100% 해냈다.

그는 예선 D조 3경기에서 모두 단.복식에 출전해 6전 전승을 올려 4강 진출에 앞장섰다.

결승 꿈이 무산됐던 싱가포르와 준결승에선 리자웨이와 에이스 대결을 3-2 승리로 장식했다.

박미영(삼성생명)과 호흡을 맞춘 복식에서 리자웨이-왕웨구 조에 2-3으로 덜미를 잡힌 게 유일한 패배. 결국 한국은 싱가포르전 2-3 석패로 결승 진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상심에 빠진 후배들을 다독였고 전날 밤 두 시간 넘게 일본 선수들의 경기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동메달 사냥을 준비했다.

이날 일본전에서 `한국 천적'으로 통하는 히라노 사야카의 추격을 3-1로 뿌리친 김경아는 3복식에서도 박미영과 3-0 완승을 합작했다.

동메달을 확정한 것이다.

특히 김경아는 환상적인 커트 묘기로 중국 팬들을 매료시켰고 수비에 이은 빠른 공격 전환도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싱가포르에 공 하나 차이로 져 예서와 미영이가 너무 상심했지만 동메달을 따기가 어느 대회보다 힘든 걸 알기에 잘 다독여 결국 뜻을 이뤘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값진 동메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29일 웨딩마치를 울린 주부 선수 김경아는 "결혼 후 1년 가까이 남편과 지낸 시간은 한 두 달 정도에 불과했다. 남편이 어려울 때 애교까지 부려가며 용기를 줬다.올림픽 전에 결혼한 게 오히려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식 8강까지 중국 선수 3명을 피했다.리자웨이만 꺾으면 해 볼만하다.리자웨이와 항상 힘든 경기를 했기 때문에 잘 준비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연합뉴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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