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1단계 방안이 오늘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에는 겨우 5~6개 소규모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이 포함되고,구조조정과 통폐합 대상을 합쳐도 30여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거론되는 공기업들도 별로 논란의 소지가 없는 곳들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시작단계부터 이런 식이라면 과연 앞으로 개혁(改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공기업 개혁의 당초 취지와 목표는 이미 크게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향후 2,3단계 조치를 통해 당초 민영화 대상으로 검토됐던 기업들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알맹이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처음 50~60개 공기업의 민영화가 검토되었다가,전기 가스 수도 등 제외 대상이 늘면서 민영화의 밑그림이 갈수록 쪼그라들고,결국 개혁 작업을 소관 부처에 넘기고 만 것에서부터 '용두사미' 개혁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고 보면 그렇다.

특히 관심을 모아온 주공과 토공의 경우 통합을 추진하되,별도 사업부 형태로 각각 진주혁신도시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뒤에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의 이해(利害)관계에 얽매인 정치권 눈치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서는 하나마나한 통합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공기업 민영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자,경제살리기의 핵심 동력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공기업의 비대한 조직,방만(放漫)한 운영,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서둘러 뜯어 고치지 않고는 경제활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실태까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공기업 개혁이 노조의 저항이나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관료 조직에 맡기는 것 또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과거 수도 없이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실패한 과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의 피해만 키우게 될 뿐이다. 정부는 보다 확고한 개혁의지를 다지고 과감한 공기업 민영화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