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아파트값이 16주 연속 떨어졌다. 강동구는 강남.서초.송파구와 함께 '강남4구'로 꼽힐 만큼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해왔지만 4월 넷째 주 이후부터는 단 한 차례의 상승도 없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는 10일 강동구의 아파트값이 지난 16주 동안 3.28% 떨어졌다고 밝혔다. 올해 2만1451가구가 입주하는 송파구(―3.06%) 보다도 하락폭이 크다.

강동구 아파트값이 이처럼 곤두박질 치고 있는 이유는 고덕주공.시영,둔촌주공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대거 몰려 있으나 재건축 규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1단지 82㎡형은 지난 해 8월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10억~10억3000만원을 기록했다가 최근에는 8억6000만~8억8000만원에 호가되면서 평균 1억4500만원이나 떨어졌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입주자들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덕동 A공인 관계자는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구 등에 비해 값이 낮아 자금여력이 풍부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주로 구입한다"며 "이 때문에 금리상승 등 악재가 나타나면 버티지 못하고 집을 파는 경우가 많아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입주 아파트가 많은 것도 부담이 됐다. 강동구에서는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3226가구)가 9월 집들이를 앞두고 있는 등 내년까지 538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여파로 암사동 현대홈타운 138㎡도 연초 8억2000만~8억9000만원에서 7억~8억2000만원으로 9500만원 정도 내렸다. 더욱이 인근 송파구에서 파크리오(잠실시영) 등 대단지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영진 스피드뱅크 연구원은 "강동구 아파트값은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거나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