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자체가 꽁꽁 얼어붙은 데다 국내외 경제마저 좋지 않은 등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워낙 나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을 팔려고 해도 수요자가 없어 거래가 거의 끊겼고 시세보다 수천만원씩 집값을 내려도 팔리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인하도 올초부터 계속 나오던 얘기여서 시장은 시큰둥하다. 집값 하락세도 여전했다.

원종훈 국민은행PB 세무사는 "고객 가운데서 보유세 완화 때문에 상담을 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Y공인 관계자도 "보유세 인하 방안이 발표된 뒤로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거나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왔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며 "오히려 정치권이 법안을 만들기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거래 공백 현상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양도소득세와 거래세가 인하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는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너무 비싸 버텨온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집 사는 것을 막아놓은 대출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시장이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금리가 오른 것도 문제지만 총부채상환비율(집값 6억원 이상은 40%)이 여전해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방법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의 아파트 시장을 주도해온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대부분 몸살을 앓고 있어 웬만한 대책으로는 시장 회복을 위한 약발이 먹히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의 시장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강북권의 경우 최근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올 들어 시장 활성화 대책이 필요없을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퇴색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수요자와 건설업체 모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수요자들은 상한제를 제대로 한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지금까지 왜 기다리게 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상한제를 얼마나 풀어줄지 모르겠지만 상한제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