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무차별적으로 오르고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우유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버스ㆍ택시 등 교통요금 인상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전기ㆍ가스 등 공공요금마저 곧 인상될 예정이라는 이야기이고 보면 아무리 예견(豫見)된 일이라 하더라도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최근의 급격한 물가상승은 기본적으로 사상 유례없는 초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앙등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달에만 해도 수입원자재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92.5%,수입물가는 49.0% 각각 폭등했고 생산자물가 또한 10.5%나 올랐다. 기업들의 원가상승 압력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당초 제시했던 연간 물가 억제목표치 3.5%는 이미 물건너갔고 수정 목표치 4.8%마저 지켜질 수 있을지 지극히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들이 견디기 힘든 생활고(生活苦)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서 보유 자산이 줄어들고, 금리상승에 따라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은 늘어난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예ㆍ적금까지 해약하는 서민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식의 물가인상 도미노가 이어진다면 서민경제가 수렁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답답한 것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야기된 물가불안이 고통을 분담하는 방법 이외에 뾰족한 묘안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원가상승을 최대한 흡수해 가격인상을 줄이고,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면서 고통을 나누겠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특히 정부는 이러한 고통분담 과정에서 최선봉에 서야 할 입장에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전기ㆍ가스 등의 요금을 하반기에 올리겠다고 앞장서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공기업들의 경우는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아 경영효율을 제고하면 어느정도 원가압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공공요금은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도 늦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