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서 주택공급이 잇따라 연기되고,분양가마저 당초 예상과 달리 급등세를 보이는 등 정부 신도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시장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부처 등과의 협의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묻지마식 밀어붙이기'만으로 일관해오면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신도시에서는 '분양시장 과열'을 명분으로 정부가 업체들에 분양연기를 강요하는 등 무리수를 두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판교 마지막 단지,분양 1년 지연되고 분양가도 오를 듯

21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공급일정이 지연됐던 판교신도시의 마지막 신규 공급단지인 '푸르지오-서해그랑블(A20-2블록ㆍ948가구)'의 청약은 일러도 10월 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블록을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왕복 8차로 임시도로가 10월 초에야 이전되기 때문이다.

당초 대한주택공사는 땅을 팔면서 도로를 작년 10월까지 블록 밖으로 옮기기로 사업자 측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토부로부터 '판교가 산발적으로 분양되면 부동산 시장에 파장이 예상되므로 블록별 분양이 이뤄지지 않도록 건교부와 사전 협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으면서 이전을 미뤄왔다.

시행사인 한성 관계자는 "분양이 늦어져 금융비용 가산비가 추가되고,기본형 건축비도 9월부터 올라 올초 예상했던 분양가 3.3㎡당 1500만원보다 100만~200만원가량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ㆍ광교는 연내 분양 불투명

올해 분양예정이었던 한강신도시(6월)와 광교신도시(9월)는 학교용지 확보 문제로 연내 분양이 불투명하다. 국토부와 경기도가 신도시에 새로 학교용지를 마련할 재원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용지 마련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분양승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분양가도 당초 예정됐던 가격보다 크게 오를 전망이다.

국토부와 경기도는 당초 한강신도시 분양가를 3.3㎡당 740만∼790만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는 1070만원대 이상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광교도 1000만~1200만원에서 1300만~1350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광교신도시 내 주택공급 예정업체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경기도와 국토부가 주택 분양가를 너무 낮게 잡았다"고 비판했다.

송파신도시도 신규 공급이 내년 9월에서 2010년 상반기로 늦춰진 데다 방식도 후분양에서 선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체 예정보다 2~3년 늦어지는 셈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교통대책 등의 문제로 충돌하면서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도 땅값,건축비 상승으로 당초 3.3㎡당 900만원대에서 1300만∼14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800만원대로 약속했던 동탄제2신도시 분양가도 1000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말만 믿고 값싼 신도시 아파트를 기다려온 수요자들의 피해는 물론 부동산시장에서 정부의 신뢰하락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