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첫 메이저골프대회 정상에 도전했던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최종 라운드 부진에 울었다.

최경주는 21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서부 해안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 골프장(파70.7천180야드)에서 열린 제137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뽑아냈지만 쿼드러플보기 1개와 보기 7개를 쏟아냈다.

9오버파 79타를 친 최경주는 최종 합계 13오버파 293타로 공동16위에 그쳤다.

특히 18번홀(파4)에서 나온 쿼드러플보기가 뼈아팠다.

15번홀까지 버디없이 7타를 잃는 탓에 우승 경쟁에서는 탈락했지만 16번(파4), 17번홀(파5) 연속 버디를 뽑아내 공동4위까지 올라섰던 최경주는 마지막 홀에서 티샷이 덤불 속에 빠지는 바람에 8타만에 홀아웃하며 한꺼번에 4타를 잃어버린 통에 '톱10' 입상마저 놓치고 말았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1언더파 69타를 때려 합계 3오버파 283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 대회에서 이뤄냈던 해링턴은 대회 2연패의 감격을 누렸다.

대회 2연패는 2005년과 2006년 우승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2년만이지만 유럽 선수가 2연패에 성공한 것은 1906년 제임스 브레이드(잉글랜드) 이후 102년만이다.

우승 상금 150만달러를 받아 돈방석에 앉은 해링턴은 세계랭킹도 우즈, 필 미켈슨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1언더파 69타를 친 이안 폴터(잉글랜드)가 4타 뒤진 7오버파 287타로 준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최고령 우승을 바라봤던 53세의 노장 노먼은 7타를 잃었으나 공동3위(9오버파 289타)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포스트 타이거'의 선두 주자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도 공동7위(12오버파 292타)에 올라 메이저대회에 처음 '톱10'에 들었다.

2라운드 선두에 이어 3라운드에서 선두에 2타차 2위를 달려 사상 첫 한국 선수 메이저 우승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최경주는 초반부터 그린 플레이가 말썽을 부리면서 힘겨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1번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로 보낸 뒤 레이업에 이어 세번째샷을 홀 1.2m에 떨군 최경주는 파파트가 빗나가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흘 동안 최경주를 상위권으로 이끌었던 퍼팅 감각이 최종 라운드에서 고장을 일으킬 조짐이었다.

4번홀(파3)에서 티샷이 짧아 1타를 잃은 최경주는 5번홀(파4)에서 6m 버디 기회를 맞았지만 어이없는 3퍼트로 1타를 더 잃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6번∼8번홀에서 내리 보기를 적어냈지만 공동 선두를 달리던 해링턴과 노먼도 타수를 줄이기는 커녕 뒷걸음치고 있어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하지만 3타차 공동7위를 달리던 최경주는 11번홀(파4)에서 또 짧은 파퍼트를 놓치며 선두권으로 복귀할 동력을 상실했다.

한동안 TV 화면에서 사라졌던 최경주는 16번홀에서 1.5m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은 아니라도 역대 최고 성적을 뛰어넘을 기회를 만들었다.

17번홀에서 다시 1타를 줄이자 최경주는 공동4위까지 순위가 불쑥 올라갔다.

승기를 잡은 해링턴에 4타나 뒤졌지만 작년 공동8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낼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을 버티지 못했다.

티샷이 덤불에 들어가 벌타를 받고 드롭을 했지만 그린에 볼을 올리기까지 쉽지 않았고 1.2m 트리플보기 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바람이 3라운드만큼 심하지 않아 11차례나 버디 기회를 만들었으나 홀당 2개꼴로 치솟은 퍼팅 난조가 발목을 잡았다.

1∼3라운드 때 7∼8개가 나왔던 1퍼트는 두번에 그쳤고 사흘 동안 1개 뿐이던 3퍼트는 두번이나 저질러 이날 퍼팅은 무려 36개였다.

최경주는 "도무지 퍼팅 감각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앤서니 김도 최경주 못지 않게 막판이 아쉬웠다.

15번홀까지 2타 밖에 잃지 않은 앤서니 김은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버디가 쏟아진 15번홀(파5)에서 두번만에 그린에 올라와서 3퍼트로 파에 그친 앤서니 김은 16번홀 보기에 이어 가장 쉬운 홀인 17번홀에서 1타를 잃었고 18번홀마저 보기로 마무리하면서 '톱3' 진입 기회를 날려버렸다.

대회 개막에 앞서 손목을 다쳐 출전이 불투명하던 해링턴은 단 2개 뿐인 파5홀을 효과적으로 공략, 역전승을 일궈냈다.

노먼에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해링턴은 노먼이 1∼3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뒷걸음친 덕에 쉽게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7∼8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기록한 해링턴은 노먼의 끈질긴 추격을 좀체 떨쳐내지 못했고 앞서 경기를 펼친 폴터와 아마추어 크리스 우드(잉글랜드) 등도 신경을 써야 했다.

13번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를 뽑아내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해링턴은 15번홀(파5)에서 2온2퍼트로 1타를 더 줄이며 한숨을 돌렸다.

기세가 오른 해링턴은 17번홀에서 홀 1.5m에 붙이는 환상적인 두번째샷에 이어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는 마지막홀에서 더블보기를 저지른 바람에 연장전까지 치러야 했던 해링턴은 편안하게 18번홀을 공략, 짧은 파퍼트를 집어넣고 환호했다.

해링턴은 "17번홀 이글을 성공시켜 4타차 선두로 나서면서 우승을 확신했다"면서 "적시에 적절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 이런 영광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가장 빼어난 성적을 올린 아마추어에게 주는 실버메달은 시즌을 접은 우즈와 이름이 비슷한 우드에게 돌아갔다.

우드는 2오버파 72타를 쳐 합계 10오버파 290타로 공동10위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