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가능성 검토ㆍ물자.인도지원 보류
현대아산 정부점검단 구성..사업점검에 대북압박 '양면카드'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조사단의 방북을 계속 거부함에 따라 정부의 대응 기류 역시 더욱 강경해 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18일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이 미흡할 경우 개성관광을 중단할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대북 물자제공 및 인도 지원도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 대부분을 이번 사건의 전개 추이에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는 `금강산 사건과 남북관계 발전은 별개'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 본격 제기 = 지난 11일 사건 발생 직후 금강산 관광 중단이라는 강수를 꺼내든 정부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설명하면서 관광객 안전 보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성관광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당장 개성관광을 중단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미 북한에 연 2천만 달러 상당의 달러 수입을 안겨주는 금강산 관광을 무기한 중단한 상황에서 또 다른 달러 수입의 축인 개성관광 카드까지 꺼내든 자체가 북을 압박하는 의미가 클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거기에 더해 종사자들의 생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표적 대남사업(개성공단)의 부산물이라는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개성관광까지 중단될 경우 북한이 받을 물질적.정신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로선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대북 물자제공 및 지원도 일단 `스톱'= 여기에 더해 정부 당국 차원의 대북지원이 현 정부 출범 후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그나마 북에 주려던 설비.자재의 제공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 지자체를 통한 대북 지원까지 사건 해결 후로 유보했다.

현 정부들어 과거 대북지원의 핵심이던 쌀.비료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대북 지원은 건수 자체가 극히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제공을 보류하고 있는 총액 31억원 상당의 통신 자재.장비나 41억원 상당의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내부 장비는 순수한 의미의 대북지원이라기보다는 남북간 협력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양측 모두에게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까지 유보하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 일반의 정서를 감안한 것이자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기류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또 우리가 국제기구를 통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던 옥수수 5만t 마저 보류하려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데 대한 인도적 지원 측면에서의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현대아산 점검단 구성도 대북 압박 메시지 = 정부는 또 현대아산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위해 국무총리실과 통일부 당국자에 경찰까지 포함된 '금강산.개성관광 사업 점검 평가단'을 구성했다.

이는 현대아산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에 따른 즉각적인 후속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남북협력사에서 특정 기업에 대해 이처럼 범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된 선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점검.평가단 구성은 일단 현대아산이 불충분한 안전조치로 인해 이번 피살사건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데다 사건 후 대처과정에서도 현장 전화선을 차단하는 등의 `꼼수'를 쓴데 대한 문책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사업자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단죄 차원을 넘어 대북사업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던 현대아산에 칼끝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현대 측은 물론 사업 파트너인 북한에 주는 압박의 메시지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협력사업 승인자로부터 필요한 경우 보고를 받을 수 있고 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조정명령, 과태료 부과, 더 나아가 협력사업자 승인 취소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이런 조사단을 꾸렸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대아산에 대한 조사결과 개성.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나면 협력사업자 승인이 취소되는 등의 극약처방까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진다.

특히 조사단에 경찰청 보안과장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과정에서 국가보안법 등에 저촉되는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자들의 대북 접근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

◇북한 반응 주목 = 관심은 이 같은 정부의 전방위적 조치에 북한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다.

북한이 사건 다음날인 12일 실무 당국이라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차원에서 1차 대응한 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북한 중앙 정부를 움직이려 하고 있다.

중앙의 대남 부서 차원에서 나서서 진상조사단을 수용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라는 요구인 셈이다.

북한의 '침묵'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측 국민의 여론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해석과 북한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거나 이를 위해 남측과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지도부도 이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 아래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법을 모색하고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민간교류협력 등)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이번 사건은 북한 군부와 관련된 것이고 군부는 대남정책에 있어 굉장히 소극적이고 보수적이기 때문에 좀 더 전향적인 조치나 추가적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결국 북한 당국은 현재 우리 정부의 이런 기류에 더 강경한 조치로 맞서는 길과 명승지 지도국 차원의 일로 치부한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길, 사태 악화를 막는 차원에서 정부의 요구에 성의를 표하는 길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