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등 부동산 경매물건이 쌓이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출금을 빌려줄 때 담보로 잡은 집이나 땅을 법원 경매에 넘겨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를 견디지 못해 팔려고 내놓았지만 거래가 안 되는 바람에 만기가 닥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경매물건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경매 투자자(응찰자)들은 보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최고가를 써내 낙찰받는 입찰 참가자가 제시한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법원 경매물건이 늘고 입찰가는 떨어지는 요즘이 투자 타이밍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낙찰가율이 떨어지는 추세는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경매물건에 대한 권리분석 등을 꼼꼼하게 따진 후 입찰에 나서면 비교적 싼 값에 좋은 물건을 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건 쏟아진다는데

20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법원에 경매로 나온 아파트,연립ㆍ다세대주택은 모두 9702건에 이른다. 올 들어 처음 9000건을 넘어 1만건에 육박했다. 지난달 5월의 7086건에 비해서도 37%나 급증했다. 상반기 최대를 기록했던 4월 7339건에 비해서도 32% 늘어난 물량이다.

특히 법원경매로 나온 아파트는 6월 7654건으로 지난 5월의 5199건보다 무려 47%나 급증했다.

빚을 못갚아 경매처분되는 부동산이 늘어나면서 경매물건의 낙찰가율도 떨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4월 87.86%에서 6월에는 82.20%까지 떨어졌고 연립ㆍ다세대주택도 같은 기간 107.06%에서 100.22%로 하락했다.

특히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평균은 89%로 전년 동기(92.8%)에 비해 3.8%포인트 떨어졌다.

◆서울북부,경기북부 등 북부 전성시대

올 상반기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강북권 도봉구,중랑구,노원구 등은 여전히 낙찰가율이 100%를 웃돌아 눈길을 끌었다.

도봉구(104.3%)를 비롯해 △중랑구 104.1% △노원구 103% △은평구 100.9% 등이 100%를 넘은 데 반해 강남구(84.1%) △서초구(83.3%) △송파구(82.4%) 등은 85% 이하로 낮았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한 곳은 노원구,도봉구 등에 몰려있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전용 72㎡)는 3억4600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 182%를 기록했고 도봉구 창동 주공4단지(전용 41.3㎡)가 1억7200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 181%를 보였다.

경기도에서는 동두천시가 평균 낙찰가율 126.1%로 서울,인천,경기권을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양주시(118.4%) 의정부시(118%) 등 경기 북부 지역이 활발했던 데 반해 용인시(79.3%) 성남시(82.4%) 등 경기 남부권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낙찰가율이 가장 높게 거래됐던 곳은 지난 6월 의정부시 민락동 주공2단지(59㎡)로 낙찰가율 186%를 기록한 2억500만원에 팔렸다.

◆관심대상 물건은

경매물건은 경매 개시일 14일 전에 법원경매사이트(www.courtauction.go.kr)에 확정 공고를 토대로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8월에 나올 유망 물건을 전부 미리 파악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미 진행된 경매에서 유찰된 물건은 다음 기일로 자동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 유망리스트를 선택할 수는 있다.

지지옥션은 8월 경매가 예정된 물량 중에 서울에서는 4억~5억원대에 권리관계 파악이 쉬운 물건을 추천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내 아파트 115㎡형이 4억4800만원에 나온다. 2006년 준공 됐으며 총 가구수 2278가구의 대단지다.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 등 편의시설과 가깝다. 최초 감정가 7억원에서 두 번 유찰됐다. 현시세는 6억1000만~7억2000만원 선.입찰일은 8월21일이며 사건번호는 중앙4계 2008-3290.

동작구 상도동 래미안 85㎡형이 4억4000만원에 나온다. 2005년 517가구 규모로 지어진 단지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최초 감정가 5억5000만원에서 1회 유찰됐다. 현 시세는 5억2000만~6억1000만원 선.입찰일은 8월19일이며 사건번호는 중앙5계 2008-9380.

영등포구 양평동에서도 '월드메르디앙 아파텔' 80㎡형이 1억9200만원에 경매된다. 전체 120가구의 소형 단지로 2005년 준공됐다. 지하철 5호선 양평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코스트코,하나마트,양남시장,신정시장 등 편의시설과 가깝다. 최초 감정가 2억4000만원에서 한 차례 유찰됐다. 현 시세는 2억4000만~2억6000만원 선.입찰일은 8월12일이며 사건번호는 남부5계 2008-5124.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