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을 맞이한 오늘 우리 사회를 되돌아 보면 한마디로 부끄럽다. 혼돈과 불법, 무질서 등으로 얼룩져 국론은 분열되고,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가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해 주어야 함에도 오히려 혼란과 갈등의 진원지가 되다시피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어제 대한상의가 재계의 의견을 모아 국회에 한미FTA 비준안, 법인세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 지방세법 개정안, 벤처특별법 개정안, 국토계획법 개정안, 산업입지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합도산법 개정안 등 경제ㆍ민생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초고유가 상황과 국론분열 등으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만큼 국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이다. 사실 이번에 재계가 처리를 촉구한 법안들 중에는 17대 국회에서 처리됐어야 할 한미FTA 비준안을 비롯해 하나하나가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신속히 처리되지 않으면 안될 것들이다.

그러나 지금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국회 개원을 지연시킨 것도 모자라 개원을 한 뒤에는 쇠고기 국정조사특위다, 뭐다 정쟁적 사안들에만 매달리고 있다. 쇠고기 청문회까지 열리면 경제법안들은 또 다시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하루라도 빨리 경제와 민생문제를 다루어도 부족할 판에 국회가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위기 대처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위기상황에 직면할 때는 행정부와 의회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 행정부가 경기침체와 금융불안 등에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국면에 들어서고, 자산 디플레 조짐까지 더해지는, 한마디로 실물ㆍ금융의 복합 불황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임을 국회는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경제주체들이 상당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에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추가경정예산, 감세, 투자유인책 등 정부가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 국회가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