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사건'은 12년 전인 1996년 12월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전환가격 7천700원에 대량 인수한 뒤 주식으로 교환,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시작됐다.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은 2000년 6월 "재용씨에게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CB를 발행한 것은 편법증여에 해당한다"며 이 회장 등 3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재벌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판례가 제대로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검찰은 사건 처리에 3년을 끌다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를 불과 하루 남겨 놓은 2003년 12월1일 에버랜드의 전ㆍ현직 사장 허태학ㆍ박노빈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기소 전까지 주임검사만 4∼5명을 거쳤고 이들이 피고발인과 에버랜드 실무진 등 50여명을 소환하고 관련 회사 자료를 조사하면서 남긴 수사 기록은 1만쪽에 달했다.

재판도 지지부진했다.

2005년 2월1일로 잡혔던 1심 선고 기일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변론이 다시 열리는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10월4일 이뤄졌다.

1심 재판부는 "재용씨 등에게 지배권을 줄 목적에 따라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보이며 당시의 적정주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허태학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죄 판결을 받아낸 검찰은 삼성그룹 비서실 차원에서 CB 인수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삼성그룹 회계를 맡았던 회계법인 3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을 가하며 그룹 차원의 공모 여부를 밝혀내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삼성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항소심 첫 공판은 2005년 12월20일 열렸고 선고는 2007년 5월29일에 이뤄졌다.

1심은 CB 가격이 헐값인 점은 인정했지만 적정주가를 평가할 수 없어 재용씨가 얻은 이익액도 산정할 수 없다며 허씨 등에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었다.

반면 항소심은 "최소한 에버랜드의 적정 주가는 1만4천825원 이상이며 재용씨는 186억원 이상인 주식을 96억여원에 인수해 차액인 90억원의 이익을 챙김으로써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허ㆍ박씨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들이 모두 상고해 현재 사건이 1년 넘게 대법원(주심 김능환 대법관)에 계류 중인데,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건 초기 1년7개월 간 에버랜드 측을 변호한 경력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1ㆍ2심간 논리가 다르고 피해액 계산방식도 차이가 있다며 대법원의 최종심 결과를 보고 이 회장의 소환 여부를 결정키로 했으나 김용철 변호사가 작년 10월29일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면서 특검 수사로 이어졌다.

올해 1월10일 출범한 특검팀은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조사하는 등 `몸통 수사'를 벌여 4월17일 이 회장을 배임ㆍ조세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법원은 집중심리를 벌여 공소제기 3개월 만인 16일 이 전 회장의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따라서 특검의 즉각적인 항소가 예상되는 만큼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최종 결론이 내려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