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여 만에 재개된 이번 6자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합의 끝에 북핵문제 2단계의 핵심인 북핵 불능화 및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의 시한을 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10월 말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완료키로 함에 따라 북한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2단계(핵 신고 및 불능화)를 마무리하고 3단계인 핵폐기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검증 계획 수립 최대 성과

이번 6자회담의 최대 성과는 8월11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시점 전에 검증 시간표를 만들기로 한 점이다.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6자회담 참여국의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10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시한을 정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달 판문점에서 열렸던 경제ㆍ에너지 실무그룹 회의에서 80만t 상당의 중유 지원에 대해서만 결정이 됐다가 이번에 6자회담을 통해 100만t에 달하는 중유 및 관련 설비 지원 약속을 받아낸 것이 큰 의미가 있다.

한국 미국 등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 입장에서는 북한에 경제ㆍ에너지 지원 시한을 못박음으로써 향후 전개될 검증 과정에서 북한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명분을 획득했다.

◆일본 설득 실패는 부담

2단계를 완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인 경제ㆍ에너지 지원에 일본을 참여시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일본은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제ㆍ에너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단 참가국들은 이 문제를 북ㆍ일 간의 문제로 보고 양자간에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일본 측이 끝내 거부하면 나머지 참가국들이 나눠서 분담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데다 미국과 한국 역시 국내 여론 때문에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경제ㆍ에너지 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검증에 비협조적일 수 있고 자칫 6자회담 틀이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북ㆍ일 관계가 개선돼 일본이 대북 지원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증계획서 마련 쉽지 않을듯

미국은 다음 달 11일까지 검증계획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검증계획서는 5자가 모두 참여해 이뤄질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증계획서를 만드는 데 있어 북한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얼마나 협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불시 방문 및 과학자 면담 등 기본적인 내용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지만 IAEA와 같은 전문 국제기구의 사찰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