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고유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달러 약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달러화로 원유를 거래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유가는 그만큼 오르게 된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의 반등은 향후 유가 급등세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지니는 만큼 그 추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달러화의 향후 흐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신영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후 달러화가 소폭 반등하며 달러화 약세 현상이 진정되고 있다”고 봤다. ECB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당분간 안 할 것으로 보여 달러 약세는 진정될 기미가 보인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CJ투자증권의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강세 전환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달러화 약세가 주춤하긴 하지만 유가 강세현상이 지속중인 것은 금융시장이 달러화 강세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에 발표된 미국 6월 고용지표가 부진하다는 점으로 볼 때 달러화 강세 전환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6월 고용 보고서는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6월 실업률이 전월과 같은 5.5%를 기록하며 5월중 실업률 급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줘 고용시장이 크게 악화됐음을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발표된 주간실업수당청구건수도 40만건을 넘어섰다며 고용시장 침체 징후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으로 파악했다.

통화정책 면에서도 미 금리가 인상되어야 달러화가 강세기조로 돌아설 수 있지만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실업률과 정책금리는 강한 동조성을 보였다”며 “고용시장의 개선을 의미하는 실업률 하락이 전제되지 않고는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ECB에서 앞으로 유럽 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고용지표 악화가 달러 강세 전환 기대감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