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정자동을 지역 부촌(富村) 정도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2003년 로얄팰리스가 입주를 시작한 이후 탄천 등 분당의 쾌적한 환경을 누리기 위해 강남권 부자들이 속속 이사오면서 이곳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를 연상시키는 카페골목이 형성되는 등 분당의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도 바로 정자동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상복합촌

북쪽으로는 수내동과 맞닿은 로얄팰리스에서부터 시작해 파크뷰와 분당아이파크를 거쳐 금곡동과 이어진 미켈란쉐르빌까지….정자동에는 총 10개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가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상복합 슈퍼 블록이라고 할 만하다.

중간 중간 오피스텔도 끼어 있다.

판테온리젠시 두산위브파빌리온 등 5개의 오피스텔이 정자동에 위치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자동 주상복합이 뜨기 시작하면서 이 일대 주민 대표들로 이뤄진 주상복합연합회라는 것도 결성됐다는 점이다.

총 7000여가구의 주민들이 소속돼 있는 정자동 주상복합연합회는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 일대가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 파크뷰지점 PB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정자동 집값은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거주민들 가운데 금융자산만 수십억원을 보유한 부자들의 비율은 강남의 대치ㆍ도곡동,압구정동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분당 소비문화의 중심

사실 정자동 일대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0년대 초반 신문 사회면을 뜨겁게 달궜던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동네를 강남 부럽지 않은 소비문화 중심지로 탈바꿈시킨 카페촌의 등장은 정자동의 주가를 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강남의 청담동에서 따와 이른바 '청자동'으로 불리는 카페골목은 정자동을 분당 소비문화의 중심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파라곤과 성원상떼빌리젠시 사이 4차로,수백여미터에 펼쳐져 있는 청자동 거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풍경은 짙은 갈색의 원목으로 돋운 데크다.

한 집 걸러 위치한 카페와 음식점마다 원목 데크와 테라스가 마치 필수인 것처럼 설치돼 있다.

주말 오전,분당의 멋쟁이 젊은이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이 일대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 골목을 연상시킨다.

분당 수내동에 사는 공지민씨(33)는 "주말에 친구들과 이 일대에서 약속을 자주 잡는다"면서 "봄 가을 날씨가 좋은 때 이곳에서 즐기는 커피맛은 최고"라고 말했다.

◆집값은 안정세

분당 최고가를 자랑하는 파크뷰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대세 상승기에는 3.3㎡당 가격을 기준으로 강남의 대표 부촌들과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격차를 좁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강남 대표 부촌과의 가격 차이가 다시 벌어지는 모습이다.

파크뷰는 지난 3월 △전용면적 183㎡짜리가 24억5000만원 △163㎡짜리 22억2000만원 △140㎡짜리가 16억3000만원에 각각 거래돼 3.3㎡당 가격이 40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까지 3.3㎡당 가격이 5000만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강남구 대치ㆍ도곡동이나 압구정동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판교신도시 개발도 이 일대 집값에는 악재다.

동판교 일대에 들어서는 고급 단독주택촌이나 판교의 새 아파트들이 정자동에 집중돼 있는 분당 용인 등 수도권 남부의 고가 아파트 수요를 빼앗아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2010년으로 예정돼 있는 신분당선 정자역 개통은 이 일대 집값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줄 수 있는 호재로 꼽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최근 들어 정자동과 강남의 집값 차이가 벌어지기는 했지만,소득 수준이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오리지널 부자들'의 거주 비중은 강남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정자동이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