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재건축이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리모델링으로 수요가 몰려서다.

2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와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의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인 현대1차 105㎡(32평)형은 1월 8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말 현재 9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개포동 대치아파트 46㎡(14평)형은 3억3500만원에서 3억7500만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인근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동 주공4단지 35㎡(11평)형은 같은 기간 6억4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송파구에서도 재건축 아파트인 가락동 가락시영2차 56㎡(17평)형이 올초 8억5000만원에서 7억1000만원으로 하락한 반면 리모델링 아파트인 현대6차 109㎡(33평)형은 5억4500만원에서 5억9000만원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 대부분이 추진위원회 설립 정도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성사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주민 2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설립 가능한 재건축 추진위와는 달리 리모델링 추진위는 별도 설립 요건이 없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실제 사업 의지가 없더라도 일단 추진위부터 결성하고 이를 집값 상승 호재로 홍보하는 사례도 많다.

리모델링은 사업이 추진돼도 부담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분양 수익이 없어 부담금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리모델링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효과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는 달리 기본 골조와 내력벽 등 기본적인 구조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복도 등을 터서 증축하기 때문에 대부분 평면이 앞뒤로 길어지는 기형적인 형태가 된다.

아울러 건폐율이 높거나 건물이 'ㄷ'자 배치형이라면 증축 후 동간 거리가 가까워져 일조권을 방해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새 아파트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 리모델링 아파트는 주거환경 개선효과가 적어 완공 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마포구 용강동에서 기존 시범아파트를 리모델링했던 강변그린(76㎡,22평,땅은 시유지)은 공사 전 2억원까지 올랐으나 2003년 완공 후 가격이 떨어졌다가 2006년 이후 2억원 이상으로 회복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리모델링은 재건축을 해도 평수를 늘려 짓기가 어려운 용적률 200% 안팎,10~15층의 중층 아파트에 알맞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투자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