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열린 6번째 `삼성재판'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증인들과 그간의 기업 기여도를 참작해야 한다는 증인들 사이에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먼저 증인으로 나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 등을 삼성의 지배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어난 일로 규정하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소장은 "에버랜드의 법인 주주들이 비서실의 지시를 받는 그룹 계열사로 독립적 행동 가능성이 작았고 적정 주가에 대해 이사와 주주간 의사교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200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과 배임으로 기소된 기업인의 83.9%가 개인이 취한 이득이 없고 피고인들이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면서 "이 전 회장도 같은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면 사법불신이 초래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이어 증인으로 나선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양형에 있어 이 전 회장이 1996년 이미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과 `X파일' 사건 등을 정황적으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의 차명 재산 2조여원 가운데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을 유익한 곳에 쓰겠다는 계획과 관련해 "이재용 남매가 취득한 장물적 성격의 소유지분에 대해서는 반환하겠다는 이야기가 없다"며 "범죄의 과실을 그대로 지닌 상황에서 사회 환원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 측 신청으로 증인석에 선 최학래 전 한겨레 사장과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이 전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와 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거론하며 `선처'에 힘을 실었다.

최 전 사장은 "한겨레 사장 시절 이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전에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관심분야에 엄청나게 깊이 들어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경영인으로서의 이 전 회장은 아주 신중하고 사려깊은 사람이고 삼성 경영에 투영됐을 것"이라며 이 전 회장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최 전 사장은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에 날을 세워온 언론사의 사장 출신인 점을 의식해서인지 "삼성에서 좋은 얘기를 해줄 사람은 100명도 넘지만 비판적인 안목으로 회장의 인간적 풍모를 얘기해 달라며 도와달라고 요청해와 증언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 역시 "이 전 회장은 부친에게 경영권을 물려받은 경영자라기보다는 본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적 경영자이고 통찰력이 대단하다"며 "IMF 때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삼성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전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엄벌'을 강조했던 증인들의 진술에 대해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고 짧은 소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이들 증인의 의견을 형량 결정에 참작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