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부담금을 둘러싼 지자체와 교육청, 개발주체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전국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 곳곳의 주택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학교 설립을 책임져야 할 해당 자치단체와 교육청, 개발주체가 서로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학교용지 확보에 난색을 표하면서 사업계획승인이나 분양(입주자 모집) 승인이 불투명해지거나 중단된 곳이 늘고 있는 것이다.

1일 건설업계는 "학교용지 확보 문제로 분양이 지연되면서 건설사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며 "주택공급 관계 당국이 빠른 시일 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택지지구 주택공급 '빨간불' = 대전 서남부신도시에 아파트 752가구를 분양할 예정인 한라건설은 분양 일정이 한달 째 지연되고 있다.

지난 달 중순 대전 유성구청에 분양승인을 신청했으나 해당 교육청이 학교용지부담금이 확보될 때까지 분양승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학교용지확보등에관한특례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관할 지방교육청은 학교용지 매입 비용을 각각 절반씩을 부담해야 한다.

1천만㎡ 이상의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만 개발이익 범위 내에서 사업시행자가 학교용지 비용을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서남부 신도시(611만2천여㎡)는 이에 못미쳐 시와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

대전시 교육청 관계자는 "대전시가 학교용지부담금과 관련해 납부하지 않은 금액이 408억원에 이르러 더 이상 학교부지 확보가 어렵다"며 "입주 학생에 대한 수용 대책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승인, 분양승인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라건설 관계자는 "땅값에만 900억원이 넘게 투입됐고, 설계, 감리비, 모델하우스 건립비 등이 소요돼 각종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제때 분양대금이 들어와야 공사를 하고, 유동성이 확보되는데 (분양승인이 늦어져)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도권 2기 신도시인 광교신도시와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분양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경기도 교육청은 최근 울트라건설이 수원 광교신도시에 짓는 '참누리' 아파트(1천188가구)의 사업계획승인에 대해 학교용지 확보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김포한강신도시 역시 관할 교육청이 사업 주체인 토지공사가 학교용지 비용을 부담하라는 입장이어서 이달 중순 우남건설이 첫 분양하는 '우남퍼스트빌(1천200여가구)'의 분양승인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들 신도시는 개발 면적이 1천만㎡가 넘다 보니 토지공사 등 사업 시행자가 학교용지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하지만 개발주체인 토지공사 등은 개발이익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남건설 관계자는 "학교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신도시 내 후속 분양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일단 금주중 분양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지만 승인이 지연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개발주체 부담해야' vs '분양가 상승 요인' = 사업 차질이 확산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은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학교용지부담금을 토지공사 등 개발 주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교육청은 재정 부족으로 더 이상 학교를 지을 수 없다.

학교 문제는 개발 주체가 부담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앞서 학교용지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총 947억원선의 학교 설립비용을 개발 주체인 토지공사가 우선 부담하고, 정부정책 등의 결정에 따라 최종 부담자를 가리기로 하고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비용을 토공, 주공 등 개발주체가 부담할 경우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개발주체가 학교용지 비용을 모두 떠안는다면 이는 결국 토지비용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일반 계약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며 "이는 분양가 상한제의 기조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공공교육시설 건설비용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시행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데다 의무교육 원칙에도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를 짓는 민간택지는 학교용지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면서 서민이 살아야 할 택지지구는 그 비용을 계약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교육 재정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도 모든 비용을 개발주체에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머리를 맞대 빠른 시일 내에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