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이촌동'이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한 서울 용산구 이촌1동은 한국전쟁 이후 공동주택촌(村)으로는 처음으로 '부촌(富村)'으로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원래 한강변 백사장이었던 이곳은 1967년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한강변 개발계획에 따라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시작하면서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후 1968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공무원 아파트,한강맨션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강남 압구정동에 '왕좌'를 물려줄 때까지 동부이촌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부자동네였다.

◆한강맨션에서 GS한강자이까지…

지금도 3.3㎡당 가격이 5000만원에 육박해 서울의 최고가 아파트군(群)에 속해있는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은 1970년 입주 당시에도 "사치를 조장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을 정도로 고가 아파트였다.

가구별 면적이 92∼181㎡로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중ㆍ대형 평형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준 것.대한주택공사가 사업을 시행한 이 단지는 건설 당시 도입한 미국식 평면이 지금 봐도 파격적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새롭다.

또 18,28,38동의 경우 전 가구가 한강 조망이 가능해 강남의 부촌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한강맨션이 1970년대 이후 이 일대를 대표해 온 전통의 명문 단지라면,원래 공장부지였던 곳을 재건축해 2003년 입주한 GS한강자이는 2000년대 이후 이곳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신흥 명문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신상훈 신한은행장,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사장) 등 재계와 금융계 최고 경영자(CEO)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 오너와 임원들이 대거 거주해 "출입하는 운전기사만 2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가격은 어느 정도

GS한강자이와 한강맨션 등은 강남의 최고가 아파트와 비교해서도 결코 값이 빠지지 않는다.

올해 3월 초 매매계약이 체결된 전용면적 121㎡짜리 한강맨션의 경우 17억7000만원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거래된 127㎡짜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차의 18억5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지하철 4호선 이촌역 입구 주변에 들어서 있는 한강대우 한가람 코오롱이촌 이촌우성아파트 등의 경우 강남권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편이다.

강남구 대치동이나 압구정동의 경우 86㎡짜리가 12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반면 이들 단지들은 9억원대에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왕좌 되찾을까

1980년대 들어 강남에 빼앗겼던 최고 부촌의 명성을 동부이촌동이 되찾아올 수 있을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미군기지 이전 후 용산공원 개발 등 이 동네의 프리미엄을 부각시켜줄 호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의 부촌'시리즈를 시작하면서 100명의 프라이빗 뱅커(PB)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19건의 응답(복수응답 허용) 가운데 43%가 동부이촌동을 포함한 용산을 꼽기도 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동부이촌동 일대를 비롯한 용산권의 교육 인프라가 개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2020년까지 강남 수준을 좇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에 있어서 주변 교육 인프라가 갈수록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부이촌동의 장점은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