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일자리 전쟁중] (3) 유연성의 마술 ‥ 프리미어리그 마이드가 英 금융허브 만들어
영국 런던 도심 한복판.지하철 '은행(뱅크)역' 을 중심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비롯,각종 금융회사들이 밀집해 있다.

걸어서 20여분이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규모지만 이곳이 바로 세계 금융허브인 '시티'지역이다.

매일 35만여명의 금융전문가들이 이곳으로 출퇴근한다.

시티지역을 중심으로 런던에서 거래되는 외환규모는 하루 평균 1조4000억달러.전 세계 외환거래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뉴욕에 빼앗겼던 세계 최고의 금융허브 자리도 되찾았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6년 6.6%에서 2005년 8.8%,2006년 9.4%로 급증하며 새로운 고급 일자리 창출원으로 부상했다.

금융부문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분을 대체하고 있다.

영국 금융산업의 회생은 영국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 정책에 기존 자신들만의 장점을 극대화한 영국 금융산업계의 선택이 한몫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최고 금융 인재들이 모여들면 영국 내 인력들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커지고 일자리 수준도 함께 올라간다는 '프리미어리그식' 마인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영국 내 금융업 종사자수는 100만여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4.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전체 GDP의 10%를 담당,다른 산업에 비해 효율성이 두 배나 높다.

시티지역에선 최정상급 펀드매니저만 4만5000여명에 달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시티 타입'의 고급 일자리수도 1999년 29만4000개에서 2006년 33만8000개로 늘었다.

던컨 맥킨지 런던국제금융센터(IFSL) 이사는 "시티지역 금융인력의 4분의 1은 영국인이 아니다"며 "시장을 개방해 전 세계 인재들이 즐겁게 일할 장소를 제공하면서 일자리도 늘어나고 '성공이 성공을 낳는(Success breeds success)' 선순환 구조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 중심지로 활동해 본 경험도 영국 금융업 부활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패트릭 램 IFSL수석부사장은 "세계 제국을 경험해 본 영국의 전통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결이었다"며 "시장개방을 통해 내국인의 고급 일자리도 크게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일형 삼성증권 런던법인장은 "영국은 금융부문이 국가경제를 주도하며 고용도 활발하게 일으키는 구조"라며 "명확하고 쉬운 금융제도와 철저한 투자자 보호가 전 세계 금융 인재들을 끌어오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