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운하 인근 토지시장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인근 대신면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지난 가을에 땅을 샀다는 사람이 산 가격에 되팔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해 와 손님 같으면 지금 상황에서 땅을 사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대운하 포기에 실망한 땅주인들의 문의가 빗발치지만 마땅히 해 줄 말이 없다"며 "토지는 장기투자라고 위로하지만 손절매가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고 귀띔했다.
여주시는 대신면 가산리와 점동면 삼합리 일대에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3.3㎡(1평)당 5만원 하던 땅이 10만원을 호가하는 등 두 배 정도 급등했다.
여주시 금산면 B공인 관계자도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만 낭패를 보게 됐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매도가를 크게 낮추지 않는 한 처분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낙동강 인근 중동면의 토지매수세가 완전히 끊겼다.
작년 가을 3.3㎡당 5만~6만원짜리 땅이 15만원까지 치솟는 등 열기가 뜨거웠지만 현재 10여개 중개업소는 개점휴업 상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운하 덕분에 땅값이 올랐는데 이제는 대운하 탓에 땅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급매물만 쌓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문경시 마성면ㆍ흑덕동 일대도 두 배 가까이 땅값이 올랐으나 투자자들의 발길과 전화가 뚝 끊겼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토지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활기를 띠었던 대운하 주변이 때 아닌 한파를 맞고 있다"며 "당분간 이들 지역은 토지가격이 급락하고 급매물이 급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