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사건' 수사 검사들이 자신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ㆍ협박했다는 주장을 했던 김경준씨가 자신 때문에 큰 고초를 치른 검사들에게 참회의 뜻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년에 벌금 150억원을 선고받은 1심 재판 때까지도 자신의 기존 주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던 김씨가 이처럼 반성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18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따르면 지난달 김씨는 BBK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 영어로 직접 쓴 사과 편지를 보냈다.

김씨는 당시 수사팀을 이끈 최재경 대검찰청 수사기획관(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지난 6개월은 저에게 잔인하면서도 자신을 회고하는 시간이었다"며 "제가 부장님과 다른 검사님들에게 보였던 분별 없는 행동에 대해 사과드리고자 이 편지를 쓰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김씨는 "(수사를 받을 때) 저는 당시 너무나 두려움에 휩싸여 있어 부장님의 진심을 왜곡하고 오히려 분노라는 화살을 쐈고 그로 인해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후회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질책했다.

그는 "사과를 하고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잘 안다.

제가 행한 부끄러운 행동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과 말씀을 드릴 수 있을 뿐"이라고 모두 3쪽 분량의 편지를 마무리했다.

한편 김씨는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회유ㆍ협박 검사'로 지목했던 검사를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씨는 작년 12월 4일 미국에 있는 누나 에리카 김씨를 통해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하고 있으며,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7~10년이 될 것이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은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와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부부장검사 등 3명에 대해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정식 표결에 부쳐지지 않아 이 안은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이명박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비록 제3의 장소이긴 했지만 수사 검사가 특검팀에 소환돼 회유ㆍ협박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는 등 검찰은 큰 신뢰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후 특검팀은 김씨가 주장한 회유ㆍ협박설은 근거가 없으며 앞서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 또한 실체에 부합한다는 수사 결과를 내 놓았고 김씨는 최근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고 중형을 선고받은 처지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한 검사는 "김씨에 대한 불신이 워낙 깊어 이번 뒤늦은 사과도 진심이 아닐 거라고 여기는 검사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나는 `사과한다'는 김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고, 또 믿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