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제한 풀어달라, 행정제재 완화를…,정원감축 줄여달라

"우리 학교가 내년에 받게 될 행정 제재 좀 풀어주실 수 없나요."(강원 K대)

"고도 제한 때문에 개발을 못하는데 좀 완화해주실 수 없나요."(서울 D대)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자율화 정책 시행에 맞춰 정부의 잘못된 규제 정책을 지적해달라고 대학 측에 요청한 데 대해 각 대학들이 엉뚱하게도 민원성 건의만 잔뜩 올려 '대학 이기주의'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18일 교과부에 따르면 교과부가 이달 초까지 75개 대학에서 415건의 '대학자율화 우선 과제' 건의안을 받은 결과 이 중 상당수가 해당 대학이 잘못해 받은 행정 제재를 풀어달라거나 개발 제한을 해제해 달라,학부 정원을 늘려달라는 민원이었다.

인천 K의대와 서울 S대,강원 K대 등은 1996~1997년 옛 교육부와 협의해 각각 강원 영동지역,경남 마산 등 소외 지역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 신축을 조건으로 의과대학 설립을 허가받았다.

이들은 그동안 이를 지키지 않다가 의예과 정원을 4년간 해마다 10%씩 줄이도록 하는 행정 제재를 받자 교과부에 이를 해결해달라는 건의안을 제출했다.

같은 조건으로 의대를 설립한 경기 P의대는 270병상 규모의 J병원을 인수했으니 500병상 일부를 채운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대학은 병원을 세우지 않은 것에 대해 각각 '병원 사업의 수익성이 없다' '현지 주민 수가 감소해 병원 신설 필요성이 없어졌다' '지역 중소병원들이 대형병원 설립을 반대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예과 신설로 10여년간 이 대학들이 누려온 등록금 수입과 자체 병원 인력 확보,홍보 효과 등을 감안하면 '책임 회피'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학생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학부 입학 정원의 20%를 줄이는 조건으로 다른 대학과 통합키로 했던 전남 J대는 교과부에 "통합 대학 학부 정원을 줄이면 2009년에는 300억원,2012년에는 900억원대 재정 적자를 봐야 한다"며 "정원 감축 규모를 조정해달라"는 '읍소'를 올렸다.

부동산 개발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남산을 끼고 있는 서울 D대는 학교가 자연경관지구와 고도 제한에 묶여 있어 신축이 어렵다며 이를 풀어달라고 했다.

이와 별도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풀어달라는 '대담한' 요구도 있었다.

학교가 보유한 수익용 자산 평가 기준을 공시지가 대신 감정평가가격으로 해달라는 제안을 한 곳도 여러 곳이었다.

감정가가 높게 나오면 '수익용 자산 확보율'이 높아져 학생을 많이 뽑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대학들이 건의한 것 중 수용할 만한 것을 추려 향후 법령 제정 등에 순차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