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재고 물량이 쌓이면서 조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소제조업체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이어 방해까지 겹치면서 제품 생산을 중단했으며 자동차, 가전, 제지 등 대형 업체들도 수출입 원자재 수입이 중단되고 육상 운송이 마비되면서 제품 출하에 애를 먹고 있다.

기업들은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인해 화물차 수배가 힘들어지고 항만 등에서 컨테이너 운송 자체가 막힘에 따라 정부의 대책만을 바라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협회에 14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피해는 수출이 54개사 1천175만달러, 수입이 30개사 302만달러다.

하지만 이는 일부 중소업체들이 신고한 액수에 불과하며 지식경제부의 추산에 따르면 운송거부 사흘 동안 수출이 6억4천100만달러, 수입이 6억7천800만달러로 총 13억1천900만달러의 수출입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직영 차량없이 화물연대 차량에 의존해온 중소업체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석고보드 제조업체인 라파즈코리아석고 울산공장은 화물연대 소속의 화물차량이 운행을 거부해 11일부터 사실상 석고보드 생산품을 제때 운송하지 못하다 14일 오전 8시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라파즈코리아석고는 그동안 하루 평균 50-60여대의 화물차량이 석고보드 생산품을 전국의 건설현장과 대리점 등에 운송해왔지만 화물연대 차량이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하며 11일부터 운송거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운행 차량이 절반가량 줄다 13일 화물연대의 전면파업이 시작되면서 석고보드 생산품을 운송하는 차량확보가 더 힘들어지면서 재고물량만 쌓이게 됐다.

풍산, 성창기업 등 화물연대 울산지부측과 운송료 협상을 벌이고 있는 10여개 사업장도 화물차량이 없어 생산품 운송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하루 평균 수출 물량이 900-1천대 수준인데 이 가운데 5% 미만만 운송되는 실정이며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지속되면 선적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현대모비스 등에서 생산한 AS부품 등 긴급 수출화물에 대해서는 군용트럭 13대를 지원받아 수송에 나서는 등 납기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외 신인도를 지키기위해 힘쓰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까지 국내영업본부 직원 200여명을 전격 투입해 차질을 빚고 있는 생산차량 탁송물량을 직접 운전하는 방식으로 울산공장에서 양산출고센터로 옮겼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광주-광양향 구간의 육상 운송이 거의 마비되면서 광주공장의 수출 및 원자재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으며 재고만 470TEU에 달하고 있다.

한솔제지의 경우 전주와 장항 공장의 육상 운송이 마비됐으며 일일 출하량의 60% 이상이 출하 및 수출 선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바스프는 화물연대가 여수공단의 진출입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출하 및 수출 운송이 중단돼, 무역협회 하주사무국이 경찰청에 해결을 요청했을 정도다.

삼양사는 광양항으로 나가는 일일 수출물량 400TEU의 출하가 힘들며 울산항을 통하는 일일 수출물량 30TEU도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화물연대가 13일부터 신탄진 톨게이트에서 운행을 방해해 일부 운송차질을 빚었다.

마산항에서는 한국철강과 포스코특수강 등으로 반입될 철강 제조용 고철 4천700t 가량이 쌓여 있는 가운데 15일 오전 고철 1천여t이 배를 통해 추가로 들어와 계속 쌓이는 등 물류난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철강의 경우 화물연대가 5일부터 운송료 35% 인상 등을 요구하며 공장 주변을 화물차 100여대로 둘러싼 채 11일째 노숙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제품 출하가 거의 안되고 있다.

거제.통영지역 조선소와 진주 제지업체, 함안 제강과 콘크리트 업체 등 10여곳에서 크고 작은 물류 수송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6만-7만t 가량의 시멘트를 생산해 평균 1만-3만t을 전국 각지의 출하기지로 수송하고 있는 강원도의 시멘트 업체는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이 운송감시에 나서면서 사실상 마비 상태다.

삼척 동양시멘트의 경우 1일 평균 1천t을 수송했으나 15일 시멘트 트레일러 등 13대가 360t을 수송하는데 그쳤다.

또 강릉의 라파즈 한라시멘트는 항만공장 정문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송감시에 나서면서 수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쌍용양회 동해공장도 1대도 운행되지 못했다.

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의 경우 평소 운행하던 BCT 250여대 가운데 3대만 운행됐으며 쌍용양회 영월공장도 평소 200여대의 BCT가 운행됐지만 이날은 4대만 가동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파업이 1주일 이상 장기화되면 기업의 수출 거래선이 끊어지는 등 피해가 치명적이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와 화주, 물류업체, 화물연대간 원만한 협의로 조속히 마무리돼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