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 jyhwang@kisa.or.kr>

"여보, 퇴근길에 전자상가에 들러서 '눈물칩' 좀 사오세요,애들이 요새 너무 난폭해진 것같아요." "알았어,그리고 새로 업그레이드된 '두뇌칩'이 나왔다던데 그것도 하나 사갈게." 20~30년 후면 우리 일상에서 있을 법한 대화 내용이다.

외국의 한 과학잡지에서 자신의 몸에 칩을 장치하고 이를 통해 가족과 감정을 교류하고 있다는 영국인 박사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두뇌칩을 교체해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 행동을 바꾸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단다.

인간의 몸에 칩을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감정까지 관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첨단정보사회는 그저 밝은 빛을 향해서만 나아간 나머지,그 이면의 그림자를 살피는 일에는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되돌아보아야 한다.

만일 이식한 칩에 사이버 바이러스가 침투하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신체에 치명적인 위협과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생명과 건강을 위한 모든 노력이 한순간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100여년 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원인인 사스,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등은 여전히 인간과 동물에게 공포와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생물학적 바이러스 외에도 정보화시대의 '트로이목마'나 '미켈란젤로''예루살렘'과 같은 사이버 바이러스는 우리 삶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얼마전 상영된 '28주 후'란 영화는 사람들이 '분노 바이러스(Rage virus)'에 감염되면서 서로의 생명을 앗아가고 나라가 초토화되는 내용으로,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다루었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바이러스이기는 하지만,바이러스의 실체와 첨단사회의 위기를 실감나게 묘사해 기억에 남는다.

네트워크로 모든 사물이 연결된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사이버 바이러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협적이고 파괴적이다.

몸에 이식되는 칩 역시 컴퓨터,휴대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사이버 바이러스는 컴퓨터나 휴대폰에 침입하듯이 몸에 이식되는 칩에도 서슴없이 침입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1,2차 세계대전이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이었다면 3차 대전은 인간과 바이러스 간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족과 사회와 국가의 안전한 미래를 위한 우리의 사명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