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입 신중해야" VS "시위대 저지할 뿐"

'美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 이래 최대 규모의 거리시위가 10일 밤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경찰관들이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물리력 행사(경찰권 발동)를 놓고 사이버 공간에서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경찰청 직원전용 내부게시판인 사이버경찰청 경찰발전제언란에는 대전 중부경찰서 황정인 경감이 촛불시위에 대한 신중한 공권력 행사를 주문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자 찬성과 반댓글이 잇따라 달리며 치열한 논쟁이 전개됐다.

황 경감은 '촛불 앞의 경찰, 어찌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은 군대와 더불어 본질적으로 국가의 폭력수단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경찰의 개입은 곧 폭력의 행사를 의미한다"고 규정하며 "(경찰권 발동은) 문제해결 책임자들의 비폭력적 수단이 소진된 후에야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섣부른 경찰력 투입은 사태의 해결보다는 악화에 공헌하기 십상"이라며 "평화적인 집회를 집시법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위법이라고 단정하는 태도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 경감은 이어 "집단적 의사표출에 대한 경찰의 개입은 최후적이어야 하며 경찰권 발동의 시기 및 방법에 관해서는 헌법정신과 이익형량에 따라 경찰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황 경감의 게시글에 "경찰력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촛불집회로 경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동의를 보였지만 한편에서는 "경찰의 내분을 일으킬 해악으로 가득찬 글"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작성자 '김암'은 게시글을 통해 "시위대가 대통령의 거처인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을 방치했을 경우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반박했다.

그는 "님(황 경감)의 글을 읽고서도 침묵한다면 시위대와 최일선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대치하고 있을 전의경 및 경찰의 자존심을 손상시키며 자괴감만 안겨줄 뿐"이라며 "모든 경찰의 내분을 일으킬 해악으로 가득찬 글"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관도 댓글을 통해 "경찰은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위반한 시위대를 저지하는 것"이라며 "법을 판단하는 데 있어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것은 가장 무서운 공권력의 오용이자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이버경찰청 경찰관발전제언란, 전현직 하위직 출신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 등에는 경찰관들의 댓글 달기 등 인터넷에서의 여론 조성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