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항쟁 21주년인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방면 행진을 막기 위해 경찰이 서울 도심에 처음으로 `컨테이너 장벽'을 설치했다.

2005년 11월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후 3년만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경찰은 시위대의 청와대 방향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 "시위대는 `촉수엄금'"=

O...경찰은 높이 2.7m, 무게 4t짜리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5.4m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하고 표면에는 공업용 윤활유인 `그리스'를 덧칠했다.

기어서는 고사하고 사다리로도 오를 수 없는 `장벽'인 셈이다.

경찰은 또 이전에 시위대가 전경버스에 밧줄을 묶어 끌어당긴 것을 고려, 밧줄을 걸 수 있을 만한 컨테이너의 고리 부분을 용접으로 때웠는가 하면 인부들을 동원해 아스팔트 바닥에 철심을 박은 뒤 강철 케이블로 컨테이너와 철심을 연결하는 등 컨테이너 박스를 완벽하게 고정시켰다.

이에 일부 시위대는 저녁 한때 가로 2m, 세로 1m, 높이 80㎝ 크기의 스티로폼을 가져와 컨테이너 박스 앞에 계단처럼 쌓기도 했으나 다른 참가자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저지하는 바람에 도로 치우기도 했다.

=컨테이너 장벽에 웬 태극기?=

O...경찰은 이날 오후 4시께 `컨테이너 장벽' 양쪽에 가로.세로 5m 크기의 대형 태극기 2장을 내걸었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에 녹슨 컨테이너가 있는게 미관상 좋지 않고 나중에 흥분한 시위대가 컨테이너 박스에 접근했을 때 태극기를 보고 진정하라는 취지에서 (태극기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에 발랐던 `그리스'를 문제삼아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거칠게 항의했다.

"`프락치'들이 와서 불을 붙이고 대형 태극기가 불에 타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시위대를 폭도로 몰려고 한다"는 것이 음모론의 핵심.
시민들을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결국 태극기를 내건지 2시간여 만에 전의경을 동원, 태극기를 내렸다.

="소통 부재의 상징물"=

0... 시위 참가자들은 컨테이너 박스에 `이명박 아웃' 스티커나 `해고 통지서 이명박' 등이 적힌 종이를 붙였으며 일부는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각종 풍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민족미술인협회 소속 화가 10여명도 형형색색의 분필로 가로 5m, 세로 7m 크기의 쥐 그림을 그렸다.

진성수(38) 성남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쥐가 컨테이너에 깔린 모습을 통해 스스로 장벽을 쳐 놓고 국민과의 단절을 자초한 대통령을 풍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문경(36.방사선사) 씨는 "인터넷에서 보고 왔는데 현 정부의 소통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막을 수 있는 걸 다 동원해 여전히 길을 막은 모습이 드러난 것 같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사 표현이 그대로 드러나 좋다.

대통령이 직접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시민들, 컨테이너벽 영상에 담아 =

O...시민들은 이날 서울 한복판에 새롭게 등장한 `컨테이어 장벽'을 휴대전화와 카메라에 담는데 여념이 없었다.

컨테이너 차단벽에는 `당기면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당기지 마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과 `경☆ 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 ☆축' 현수막이 위아래로 걸려 묘한 대조를 이뤘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이세원 김선호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