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피고인들의 형량에 대한 변론도 함께 준비하라고 특검과 변호인 측에 당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4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회장 등 8명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 모두 양형 방향을 연구해 변론해달라"고 말했다.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 문제는 유죄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섣부른 감이 있지만 재판부는 재벌총수의 경제범죄와 관련해서는 유ㆍ무죄 여부뿐 아니라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로 대표되는 양형에도 관심이 쏠려있는 점을 고려해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양형에 대한 의견도 준비할 것을 미리 주문했다.

재판부는 "양형 심리를 하는 것에 대해 재판부가 유ㆍ무죄에 대한 예단을 가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형사재판에서는 유ㆍ무죄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형을 얼마나 받느냐를 피고인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예비적ㆍ가정적으로 양형 심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양형자료로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고,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특검이 내는 양형 자료는 피고인에게 불이익할 것이라 엄격하게 판단돼야 하고 변호인이 내는 자료는 그보다 낮은 단계의 신빙성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서 삼성 변호인 측에서 "피고인들이 기업인으로서 열심히 기업을 경영해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 등의 방향으로 변론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 이같이 언급해 유ㆍ무죄 판단은 물론 유죄 판결을 할 경우의 양형에도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재판부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양형 자료는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아 양형과 관련된 주장을 펼 경우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할 것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까지 4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양측의 쟁점을 상당 부분 정리한 만큼 내달 12일 첫 공판을 열기로 했으며 일주일에 두 차례씩 재판을 하기로 해 7월 중순께에는 선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