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10명 출석요구…집회 원천봉쇄는 안할 듯

경찰이 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 주최측 인사 10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냄에 따라 검찰·경찰이 주최측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검·경은 5월 초부터 열린 촛불문화제가 실질적으로는 미신고 야간 집회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작 주최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뒤로 미루고 채증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를 보여 왔다.

교통체증 등 심각한 문제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촛불문화제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서두를 경우 오히려 법집행 당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고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대한 동조 분위기가 탄력을 받고 있었던 상황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지난주까지만 해도 검·경은 촛불문화제 개최 자체를 원천봉쇄하거나 강제해산하지는 않되 이에 수반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묻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주말부터 사흘 연속으로 서울 도심 지역에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중 수백-수천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본격적인 시위에 나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도로점거 행위는 "촛불 문화제는 일단 집회신고가 필요치 않은 문화 행사로, 불법이 발생할 경우 주최측의 책임은 나중에 물으면 된다"는 명목으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암묵적으로 유지해 온 미묘한 균형을 깨뜨리는 계기가 된 것.
지난 주말부터 촛불문화제가 거리 시위로 이어지면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불법 상태가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 검·경의 판단이다.

대검찰청이 27일 오후 경찰, 노동부,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공안대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한 것도 이에 대처하기 위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검·경은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박모씨 등 5개 단체 관계자 10명에게 다음달 2일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주최측에 대한 압박을 높여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검·경은 주최측 관계자뿐 아니라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선동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참가자들도 채증 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신원 파악에 나선 상태다.

사법적 압박이 강화되면서 주최측에 대한 이념적인 공세 또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로 점거 시위에 대해 김경한 법무부장관과 어청수 경찰청장 등 수사·법집행 기관의 수장들이 `배후론'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고, 보수단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다만 이런 `전방위 압박'이 청계광장에서 벌어지는 촛불문화제 자체의 원천봉쇄· 강제해산이나 단순 참가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같은 초강수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 시점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자칫 `정부가 국민의 입을 막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여론이 악화되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집행 당국은 생명, 재산, 공공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없다면 촛불문화제를 원천봉쇄하거나 강제해산할만한 근거는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판단에는 수천∼수만명이 모인 촛불문화제에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인명피해 사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경찰이 거리시위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