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노이버 <하나UBS자산운용대표 andreas.neuber@ubs-hana.com>


한국에서 살면서 하루하루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서 만나는 한국인 친구와 회사직원들이 문화적으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 인류학자들은 흔히 문화를 '한 사회 속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총체적인 모습'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예절, 의상, 언어, 종교, 의식, 행동방식, 법, 도덕 등의 많은 것이 포함된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부분들에서 문화적 차이를 관찰하게 됐다.

우선 한국 사람은 필자와 같은 서양 사람들과 의사표현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야기할 때 서양인은 대개 결론부터 제시하고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결론을 먼저 제시하기보다는 배경설명을 충분히 제시한 후 마지막에 가서 결론을 이야기하곤 한다.

유쾌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 있을 때 상사에게 알리는 것을 가급적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양 사람들은 안 좋은 소식이 있을 때 상사에게 뛰어들어가 알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나'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서양식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는 나 자신보다 내가 속한 '집단'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또 한국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감정표현이 서양 사람들보다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에 얼굴에 감정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그래서 얼굴에 생각과 감정이 잘 드러나는 서양인들에 비해 한국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가끔 한국 사람들은 포커게임에 매우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필자는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의 뜻을 파악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이는 한국인이 "예"라고 할 때 "아마도 그럴 거예요"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니오"란 의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거나 상대방에게 유쾌하지 않은 말을 하게 될 경우 좋았던 관계에 금이 간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 아닐까 본다.

서양인들은 직선적이다.

할말은 한다.

그게 결례도 아니다.

그밖에도 다른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이 맞고 다른 한 쪽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고려하며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문화적 차이를 발견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

이러한 차이가 있어서 한국 생활이 더 즐겁다.